[욕설 난무하는 학교] - 욕에 중독된 아이들(上)

입력 2011-04-12 11:1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아 씨X 같이 가자고 병XX. 저 씹XX 같이 가자는 데 들은 척도 안하네 뒤질 라고...” 얼마전 길거리에서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친구에게 무심코 던진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상대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혼자 덤덤하게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욕을 던진 친구는 자신이 사용한 욕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 학생은 “듣기에 무서워 보이고 쎄 보이면 무조건 해요. 새로운 욕을 하면 애들이 신기한 듯 따라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제 씨X, 존X 같은 욕은 욕처럼 들리지도 않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나라 10대들이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설은 거칠다 못해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의 줄임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줄임말) 등의 신조어까지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1월 여성가족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에 따르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청소년은 단 5.4%에 불과했다.

청소년들의 욕설 사용은 사실 새롭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문제는 최근 욕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영역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그 정도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욕설 사용은 65.5%로 중학생(77.5%)이나 고등학생(77.7%)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욕 어플리케이션도 인기다. 지난해 6월‘대놓고 욕해줌’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처음 등장했다. 이 앱은 출시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횟수 13만 건을 기록, 큰 인기를 끌었다. 설치 방법 또한 제약이나 규제가 없다. 어플리케이션 검색에서 ‘욕’을 친 뒤 설치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일선 교사들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그렇다 할 대책이 없다고 전한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황선희씨(28·여)는 “처음 부임 했을 때는 아이들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그때 뿐이었다”며“이제는 아이들이 욕을 사용해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이 청소년 언어습관이 심각한 상황에 닥치자 정부 차원에서 유해 언어의 생산·유통을 차단한다고 발표 했지만, 보여주기식 재탕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에 포함된 대책에는 △학교문화 선진화사업 확대(2010년 150개교→2011년 300개교) △학교생활규정에 '공공규칙' 내용 강화 △Wee 프로젝트(We + Emotion + Education) 운영 내실화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학교문화 선진화사업은 폭력적 졸업식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의 정책이며, Wee 프로젝트는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협력해 위기학생 상담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생안전망 구축 사업으로 사실상 학생들의 언어 순화를 위한 정책은 미비하는 지적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옷 어디서 사세요?…사용 만족도 높은 '패션 앱'은 [데이터클립]
  • "일주일만 팝니다"…유병자보험 출시 행렬에 '떴다방' 영업 재개
  • 전장연, 오늘 국회의사당역 9호선 지하철 시위…출근길 혼잡 예고
  • "파도 파도 끝이 없다"…임영웅→아이유, 끝없는 '미담 제조기' 스타들 [이슈크래커]
  • 단독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진흥 직원 절반 '허위출근부' 작성
  • 새 국회 '첫' 어젠다는…저출산·기후위기 [22대 국회 개원]
  • [종합] 뉴욕증시, 美 국채 금리 급등에 얼어붙은 투심…다우 400포인트 이상↓
  • 손흥민, 2026년까지 토트넘에서 뛴다…1년 연장 옵션 발동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949,000
    • -0.79%
    • 이더리움
    • 5,253,000
    • -1.48%
    • 비트코인 캐시
    • 650,000
    • -0.31%
    • 리플
    • 729
    • -0.41%
    • 솔라나
    • 234,600
    • +0.47%
    • 에이다
    • 628
    • -0.79%
    • 이오스
    • 1,124
    • +0.54%
    • 트론
    • 156
    • +0.65%
    • 스텔라루멘
    • 149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600
    • -0.57%
    • 체인링크
    • 25,720
    • +0.47%
    • 샌드박스
    • 619
    • -0.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