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숨가빴던 SK 하루

입력 2011-02-11 11:06 수정 2011-02-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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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방침 협력하겠다.. 지주사 -> 4년만에 체제 완성.. 비전 -> 2015년 영업익 5억원

▲다른 사람보다 긴 하루를 보낸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대통령 부터 장관까지 기름값 내리라고 말들이 많은데요, 1위 정유사 CEO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유가를 내려야 한다는 기본방침에는 협력할 것입니다."

"협력의 폭이 공급가 인하입니까? 가격 편성 과정의 변화 등이 포함된 건가요?"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가격을 하락할 건지 묻고 싶은데, 말씀 안하실거죠?"

"..."

1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구자영 사장 사이에 오간 질의 응답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흡사 국회 청문회장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기름값 논란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 자리한 구자영 사장의 이날 하루는 남들보다 길었다.

구 사장은 오래 전에 간담회 일정을 잡았지만, 오비이락 격으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이날 기름값을 내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기름값에 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11시20분쯤 시작한 기자간담회는 2015년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의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구 사장은 회사 비전 소개에 40분을 넘게 할애했고 다보스포럼에 다녀와서 느낀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20분 넘게 이야기 했다. 유익한 이야기였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기름값 논란에 대한 구 사장의 입장에 쏠려있었다. 식사시간을 훌쩍 넘어서야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고 기름값 질문이 쏟아졌다.

구 사장은 "정부 방침에 협력하겠다"는 말만 이어갔고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공개 석상에 나와서 정부에 반기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정부 압박에 무조건 항복할 수도 없는 구 사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기자간담회장이었다.

구 사장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SK이노베이션 홍보실도 분주해졌다. 정부 방침에 협력하겠다는 구 사장의 발언을 가격인하 하겠다는 뜻으로 확대해석 하지 말아 줄 것을 기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사실상 구자영 사장의 발언이 정부에 항복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한 것이다.

반면 이날 과천에서 열린 지경부 장관 오찬감담회. 회계사 출신의 최중경 장관은 "직접 기름값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며 이명박 대통령 →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 윤증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정유사 압박 발언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 장관은 또 정유사업을 통해 남기는 영업이익률이 3%대인 것과 관련해서 "이자 등 영업 외 비용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 차입도 더 필요 없고, 환차손을 볼 일도 없을 것"이라며 "다른 제조업과 비교하면 절대 영업이익률이 낮지 않다"고 정유업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사실 기름값 문제가 아니라면 SK그룹으로서는 이날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SK텔레콤과 국민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SK C&C 지분 4.1%와 KB금융지주 지분 0.9%를 맞교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 완성에 걸림돌이었던 ‘SKC&C → SK㈜ → SK텔레콤 → SKC&C’의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끊을 수 있게 됐다.

11일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SK그룹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게 돼 지난 2007년 7월부터 추진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한결 수월해졌다.

SK그룹은 숙제를 하나 해결했지만, 새로운 골치거리가 나타난 셈이다. 더 큰 골치거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식경제부는 휘발유 가격을, 방송통시위원회는 통신요금을 인하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제시한 통신료와 휘발유 가격 모두 SK가 업종 대표인 것이다.

SK그룹이 정부의 압박을 어떻게 견뎌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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