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산업의 혈맥.. 멈추면 치명적 손실

입력 2011-01-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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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 정전사태로 본 전력과 산업 상관관계

석유화학, 파이프라인 멈추면 원료정제 못해

반도체, 라인중단시 웨이퍼 대부분 폐기해야

여수산단 피해 수백억.. 경쟁업체 반사이익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돌발적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입주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8분 경. 여수산단에 전기공급이 끊어졌다가 20여분 만에 복구됐다. 이 사고로 GS칼텍스 1·2공장, 제일모직, LG화학, 남해화학, 삼남석유화학, 휴켐스, 에보닉카본블랙 등 석유화학공장 24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피해 업체들은 현재 가동 정상화를 위해 복구작업에 나섰으나 완전 복구까지는 각 공장이나 공정별 사정에 따라 며칠이 걸릴 전망이다. 이들 업체의 재산피해액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7일 오후 전남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GS칼텍스 공장 직원들이 제어실에 모여 긴급 복구 방안을 찾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화학 정전은 핏줄이 막힌 꼴= 여수산단의 대규모 정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과 2008년 등 네 번째 사고다. 2006년 4월에는 GS칼텍스와 LG화학 SM공장 등 5개 업체에서 공정이 중단돼 12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08년 5월에도 정전으로 인해 여천NCC와 한화석유화학 등 10개 업체에 수백억원의 피해가 났다.

석유화학과 반도체 산업은 전기가 끊기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1년 365일 쉼 없이 공장 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단지나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에게 설이나 추석은 물론 연말연시의 황금 연휴는 남의 이야기다.

석유화학기업에게 정전은 왜 치명적일까. 석유화학단지에서 전기가 흐르지 않는 것은 사람의 몸에 피가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 원유 정제부터 각종 화학제품 생산에 이르는 과정이 핏줄과 같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

한 순간의 정전으로 석유화학 공장 라인 가동이 중단되면 파이프와 설비에 각종 석유화학 원료와 제품이 남아 굳는다. 딱딱하게 굳어 버리면 공기 등으로 제거하는데 빨라도 이틀, 길게는 1주일 넘게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원료를 정제하다가 전기가 끊겨 라인이 멈추면 정제 상태에 있는 원료가 굳어서 쓸 수 없다”며“재료비 손실은 물론 플랜트 복구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수산업단지 정전사고는 과거보다 피해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전 사고는 수 초 만에 전기가 다시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23분간 정전 상태가 지속됐다. GS칼텍스는 이같은 정전사고를 막기위해 지난 2008년 100억원을 투자해 3.5㎞ 구간에 대해 송전 선로를 추가로 깔았지만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 삼성전자도 반도체라인 정전 피해=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도 지금까지 세차례 전기가 끊기는 사고를 겪으며 곤욕을 치렀다. 지난 2007년 8월 기흥 반도체 공장의 6개 생산라인이 전기공급 중단으로 9시간 동안 멈춰서 약 4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공정은 한번 중단되면 생산라인에 투입된 웨이퍼를 대부분 폐기해야 한다. 완전 복구하는 데도 수일∼수주일이 걸린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전에 대비한 응급 전원공급장치가 즉각 가동돼 가스공급 장치 등 안전시설과 핵심시설은 정상 가동됐으며 웨이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정전 사고 발생 3일 후, 정전으로 중단된 기흥 반도체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모두 복구해 완전 정상화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생산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웨이퍼가 얼마나 손실 됐고 불량품을 얼마나 되는지 등 세부적인 피해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정전 사태는 반도체 가격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 사고 발생 직후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6~7% 이상 급등한 것.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44%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공급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날인 지난해 3월 24일에도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3시간 만에 전력복구가 완료돼 90억원 미만의 피해에 그쳤지만 다음날 낸드플래시 평균 현물거래 가격이 4.11달러로 전날보다 4%나 올랐다.

◇경쟁업체 반사이익도= 정전 사고는 경쟁업체에게는 호재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시바의 요카이치 공장 전력공급 문제로 인해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생산의 차질이 빚어지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낸드플래시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의 정전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날 낸드플래시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3.27% 상승한 것. 하이닉스반도체 주가도 3.65% 뛰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2%로 1위, 도시바가 34.8%로 2위. 이같은 상황에서 도시바의 정전사고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업체에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도시바가 정전사태로 낸드플래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동안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다시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에 불어닥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열풍으로 인해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난 시점에서 빚어진 도시바의 정전사태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수익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전 세계적인 낸드플래시 공급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정전이 해당 업체엔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쟁사로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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