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중국이 온갖 강경수단을 동원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방해하면서 노벨상의 권위에도 균열이 생겼다. 3회에 걸쳐 올해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중국과 세계의 공방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막장 중국, 흔들리는 노벨상
② 주인공 없는 쓸쓸한 노벨평화상 시상식
③ 中, 전세계와 반목 깊어지나
중국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갖은 방법으로 방해하면서 중국이 노벨상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류사오보는 지난 2008년 12월 세계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을 맞아 중국의 민주 개혁을 요구하는 ‘08헌장’을 발표한 후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로 11년형을 받고 현재 수감중이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100여개 국가와 기구가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다”면서 “노벨상 위원회는 중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벨상 위원회는 그들만의 반 중국적 광대극을 지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몇몇 어릿광대들에 의해 우리의 길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있는 노르웨이는 중국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노르웨이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10월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르웨이 뮤지컬 공연도 취소하는 등 다방면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류샤오보의 부인인 류샤를 가택연금하는 것은 물론 중국내 반체제 인사들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은 급기야 노벨평화상에 대항해 ‘공자평화상’이라고 이름붙인 새로운 평화상까지 제정했다.
공자평화상은 지난달 16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중국판 노벨상을 제안하면서 급조됐고 시상식은 노벨평화상 수상이 있기 하루 전인 9일 치러졌다.
중국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가 봉쇄에 세계 각국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AP통신은 지난달 중국의 노벨평화상에 대한 공격 정도는 소련과 독일 나치 정권에 필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냉전시대 당시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레흐 바웬사는 그들의 부인을 대리인으로 노벨상 시상식에 보냈고,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지 여사는 1991년 노벨상 수상 당시 18세된 아들이 대신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상자 대리인의 참석까지 막음으로써 중국은 냉전시대보다 더 지독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의 크리스토퍼 휴즈 교수는 “노벨상 시상식 봉쇄는 단지 중국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강화하고 중국이 더 이상 국제 여론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라며 “이는 중국의 심각한 계산착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델란드 라이덴대학의 프랭크 피케 중국학 교수는 “중국이 다른 나라들에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것은 구소련 당시 사하로프 박사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바르샤바 조약국들이 불참한 것과 흡사하다”고 비교했다.
이어 피케 교수는 “중국 지도자들의 노벨상에 대한 강경한 행보는 외국보다는 주로 중국인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힘을 국민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노벨평화상은 다른 노벨상이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등이 선정하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과 시상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내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수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