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기업 진실 공방 2년째…정부가 해법 내놔야

입력 2010-10-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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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보이지 않는‘키코 악몽’] <하> 해결책 마련 머리 맞댔지만

은행과 기업이 키코 문제를 놓고 책임을 떠밀고 있다. 140개 이상의 기업들과 시중은행들이 2008년 이후 발생한 키코 사태를 놓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들이 키코의 위험성을 알면서 환차익을 누리기 위해 투기 목적으로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업들은 기업대출에 파생상품을 끼워 판매하는‘꺾기’로 가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소송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1심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항소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년 정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은행과 기업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은행은 패소 판결을 받으면 수조원대의 손실금을 갚아줘야 하며 기업들도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대출로 이자를 갚고 있는 이중고 신세를 면치 못해 조정을 통해 분쟁 해결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키코 특별법, 기업 지원방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정공방으로만 해결할 경우 은행과 기업 모두 피해가 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키코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으며 국회에서는 특별법을 통해 이중고를 겪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은행“환투기 기업들 많았다”= 은행들은 기업들이 상품 위험성을 알고도 무리하게 키코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7일 시중은행들과 공동 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이 환이익을 누리기 위해 투기 목적의 거래를 했고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은행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시중은행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비교해 보고 계약환율을 가장 높게 부른 은행과 키코계약을 맺기도 했다. 키코의 계약환율은 기업이 은행에 달러를 파는 기준가격이 된다. 계약환율이 높을수록 달러를 비싸게 팔 수 있어 이득이 되기 때문에 각 은행이 제시한 계약환율을 비교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2007년 당시 원달러 환율의 약세(원화 강세)를 틈타 환차익을 누렸다”며“몇몇 기업들이 환차익에 대해 영업이익이 아닌 불로소득 처럼 생각하고 키코 계약을 무리하게 늘린 탓에 다른 기업들도 함께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주식투자 손실을 갚아달라’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당시 키코 상품에 대해 월 수출액 대비로 정확히 설명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판단에 오버헷지를 한 것은 기업이라는 말이다.

◇ 기업“꺾기형 키코 판매 강요”= 기업들은 2008년 키코 영업시 적금, 대출 등과 연계해‘꺾기형 키코 판매’를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선(先) 가입, 후(後) 계약서 작성이라는 편법으로 키코 가입을 강요했다고 설명한다.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외국계 은행은 국문 키코계약서가 아니라 영문계약서만 제시하는 등 상품 이해를 막는 불완전판매를 해왔다”며 “이같은 불완전판매를 신고하면 대출을 축소하는 등 자금압박에 나서니 기업들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는 은행이 2007년도 당시 원달러 환율 최저점이었던 900원대에 가입하라며 키코 판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2007년 1월부터 올해 지난달까지 수출기업이 맺은 키코 계약건수는 모두 757건으로 이 중 38.44%인 291건이 원달러 환율 최저점이었던 2007년 11월엣 2008년 2월까지 집중돼있었다.

기업 관계자는“은행들이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헤지 차원으로 가입을 권유했다”며 “은행들은 2009년 이후에도 손실을 줄이라며 손실이전거래를 권유했고 손실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키코에 가입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 정부, 상생 위한 지원 나서= 정부는 은행과 키코 피해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과 패스트트랙 연장 등 방안 모색에 나섰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5일 여야 의원들 서명을 받아 키코 피해기업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키코로 막대한 환손실을 입은 기업들에게 특별보증을 제공하고자 현행 무역보험법상 무역보험기금과 별도로 ‘통화옵션과 환변동 보험으로 인한 환손실 기업 수출신용보증기금’을 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과 수출입은행은 15일 중소기업 무역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중소기업청 정책자금을 받거나 수출입은행과 거래하는 기업 중 키코 피해를 입은 곳을 돕게 된다. 우선 신용위험평가 후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게 키코 손실금을 제외한 일정금액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국정감사에서 “키코 피해기업과 대기업간에 협력관계가 있는지 살핀 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올 연말 만기도래하는 패스트트랙(긴급 유동성 지원제도)의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해 출자전환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구성한 태스크포스팀(TFT)은 ‘경영정상화 지원 종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안 내용으로는 △자기자본 대비 통화옵션상품 손실액 10% 이상 △영업이익률 3% 이상 △통화옵션 상품 손실을 제외한 부채비율 25% 이하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대책은 보증한도 확대와 출자전환의 2단계로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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