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수상하다

입력 2010-08-20 15:24 수정 2010-08-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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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 들어선 부동산시장]집값 땅값 하락 속 거래없고, 사무실 비고, 대기업은 땅 내놓고

부동산 침체 집값 30% 넘게 폭락 깡통아파트 속출

기업 보유부동산 처분 수십조 자신디플레이션 우려

경매 줄고 땅값 떨어져...수익형 부동산도 인기 뚝

부자들 지금은 휴식 중...아파트 투자는 절대 안해

부동산 침체를 보는 눈이 변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집값 하락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이제는 바닥이 없는 깊은 곳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부동산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의 집값조차 떨어지고 있는 것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실상을 증명해주는 단적인 예다.

한때 버블세븐이라고 불리며 부동산 제2 버블을 잉태시켰던 분당과 일산, 용인 등 수도권의 집값은 올 들어 단 한차례도 오름세를 보이지 못하고 미끄러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지난 1997년 IMF때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우려는 공포로 바뀌고 있다.

현재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가격 평균 하락율은 30% 정도.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요즘 아파트 시세를 물으면 경매가격이 곧 시세라고 대답할 정도다. 금융위기 이전 6억원을 호가하던 109㎡형 아파트 값이 현재 약 4억원 수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고 한다.

집값이 은행 대출보다 낮은 깡통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최근 부동산 시장의 실태를 잘 보여준다. 이들 대다수는 아파트 가격이 최고조에 달하던 2006년 즈음해서 집을 구입한 경우다. 당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는 시세의 70~80%까지 대출을 내줬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 거래가 줄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경매시장과 토지시장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경매시장의 경우 참여자가 급속히 줄고 경매시장에 나온 매물이 2번씩 유찰되는 건 기본이다. 집값 하락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경공매 물건이 쏟다진데다 경매가격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더 싼값에 낙찰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강남권 유명 아파트들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지난 2일 경매에서 93동 2층 전용면적 164㎡형이 감정가 21억원에서 한 차례 유찰됐다가 최근 감정가의 81%인 17억16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경매 물건에 사람들이 때로 몰렸고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는 경매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땅값 역시 하락 반전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15개월, 인천과 경기도는 16개월만에 땅값이 떨어졌다.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등 버블세븐의 핵심지역의 하락폭이 컸다. 이들은 각각 0.11%, 0.12%, 0.08% 하락하며 집값 하락 여파를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땅값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가격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대기업들이 무더기로 토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기존 사옥마저 내다팔고 있다.

롯데쇼핑과 포스코ICT, KT, 진로 등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했거나 앞으로 매각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경우 서울 도봉점과 구로점과 경기도 성남 수내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분당점, 용인 수지점 등 6곳의 땅을 내놨다. 포스코ICT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타워 지분을 50% 내놨다. KT는 상반기 콜센터 등 13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처분했고, 진로 역시 사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의 토지매각은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따른 것으로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해 놓겠다는 의미다. 특히 땅에대한 애착이 그 어느기업보다도 강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쇼핑이 땅을 팔겠다고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치가 낮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사무실 밀집지역인 강남권의 오피스텔은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임대료는 하락추세다. 이는 기업들이 임대료가 비싼 강남을 버리고 값싼 인근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강남 부자들의 투자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간간히 건물과 상가 투자는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선호도가 높았던 아파트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급적 부동산 투자를 피하고 절대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만 하더라도 부동산을 보유하겠다는 기업과 아파트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땅이건, 아파트건 모두 팔고 현금을 보유하려고 한다"면서 "현재는 부자들의 땅이나 아파트에 대한 투자인식에 대한 변화가 크게 일지 않고 있지만 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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