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부도 바라거나 살아남기 원하거나

입력 2010-08-11 10:03 수정 2010-08-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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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를 바라보는 두 시선..프리미엄 "부도나면 안돼는데" VS 마이너스 "제발..문 닫아라"

지난 2008년 9월 김포한강신도시에서 A건설사가 공급하는 아파트를 계약한 직장인 윤상원(가명.37)씨.

윤 씨는 최근 건설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아파트 계약을 하고 중도금을 지불하고 있던 와중에도 시공중인 건설사가 부도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게다가 이자까지 쳐서 고스란히 돌려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4억3000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3억원대로 추락해 버린 상황이다보니 윤 씨는 요즘 A건설사가 부도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윤 씨는 "중도금을 4회차까지 내고 있는데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아파트값이 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이자비용까지 손해가 엄청나다"며 "하우스 푸어(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가 다른사람 얘기가 아니다.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다. A건설사가 부도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주변에 대형건설사라면 부도나기를 바랄 수 없겠지만 윤 씨가 계약한 건설사는 요즘 같은 건설불경기에 문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윤 씨가 이렇듯 건설사 부도를 바라는 것은 대한주택보증의 계약금 환급이행 규정에서 비롯된 것. 아파트를 짓던 시공사가 부도 나면 주택보증은 전체 아파트 계약자를 대상으로 준공 이후 입주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절차를 밟는다. 대개의 경우 입주를 원하는 계약자들이 많기 때문에 주택보증의 책임하에 준공에서 입주까지 사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는 이런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

김포한강 파주교하 신도시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계약자들을 중심으로 건설사의 부도를 통해 계약금을 돌려받겠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여보자는 계약자들의 절규인 셈이다. 하지만 소수이긴 하지만 건설사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계약자들도 있다. 바로 인기지역이라는 판교나 광교신도시 계약자들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프리미엄이 10% 정도 형성된 터라 건설사가 부도나면 혹여 그간 번 돈을 다시 뱉어내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건설사가 살아남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분양을 많이 한 광교신도시가 이런 기류가 강하다.

지난 2008년 12월 중견 B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를 계약한 강민정(가명.32)씨가 비슷한 케이스. 광교에서 30평대 아파트를 계약한 그녀는 프리미엄이 1억원 붙은 아파트가 아직도 불안하기만 하다. '이왕이면 대형건설사 아파트를 분양받았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생각해도 지금은 소용이 없다. 강 씨는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좋은데 건설사가 영 미덥지 못해 불안한 마음"이라며 "최근 건설사들이 퇴출도 당하고 문도 닫고 하던데 혹시나 우리 아파트 건설사가 무너질지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침체가 어느정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시장이 침체되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되자 계약자들로서는 건설사가 부도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김부성 부테크연구소장은 "아직까지 건설사 부도로 인해 계약금을 돌려받은 사고사업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계약자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면 건설사가 부도나야 한다는 글들이 적지않게 올라오고 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이 더 강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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