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역사 BP의 날개없는 추락

입력 2010-06-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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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급등, 채권 정크본드 수준...파산 위험 고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된 멕시코만 사태로 120년 역사의 브리티시페트롤레움(BP)이 파산 위험에 직면했다.

파산 우려로 BP가 발행한 채권의 신용부도스왑(CDS)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채권가격은 사실상 정크본드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BP가 발행한 30억달러 규모의 201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5.25%에서 7.5%대 후반까지 치솟은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지수에 따르면 BP의 채권 금리는 정크본드 평균인 7.26%보다 높은 것으로 정크본드에도 미치지 못하는 치욕을 겪고 있다.

금융 조사기관인 CMA데이타비전은 BP의 채권보증과 관련해 1년 동안 1000만달러 당 51만2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BP는 기름 유출 차단 작업의 잇따른 실패로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회사채 매각을 위해 계속 채권 금리을 높여야 하는 만큼 BP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BP는 지난 7일 멕시코만 사고에 따른 작업 비용으로 지금까지 12억500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레딧스위스그룹은 BP의 부담액이 37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P의 CDS 등급은 지난 8일 현재 Ba2다. 이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투자 등급 Aa2보다 무려 9단계나 낮은 것이다.

무디스의 신용 기준에 의하면 Baa3미만은 정크본드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원유 유출 사태로 BP가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라이언연구소에서 35억달러 규모의 채권를 관리하고 있는 마이클 도 네란은 "멕시코만 사태로 BP는 극심한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면서"원유 유출 차단 작업 비용에다 손해배상금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니몽고메리스캇의 가이 레바스 수석 채권 투자전략가는 "원유 유출 규모에 대한 소식이 부러진 낙타의 등과 같은 효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이안 맥도날드 교수는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원유 규모가 하루 2만6500~3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BP와 미국 정부가 지난 4월28일과 5월27일까지 추정한 수치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거래된 BP의 주가는 15.8% 급락하며 1996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BP의 악몽은 지난 4월20일 시작됐다. 멕시코만에서 석유시추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폭발로 파손된 해저 유정에서 원유가 유출된 것이다.

현재까지 유출된 양만 1989년 알래스카의 엑손 발데스호 사고 때보다 3배나 많다. 미국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다.

BP는 유정 입구를 진흙으로 봉쇄하는 '톱 킬(Top Kill)' 방식 등을 통해 기름 유출 차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BP는 새로운 계획으로 원유가 새는 파이프에 차단 모자(cap)를 씌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현재 빨아들이는 원유가 유출량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BP가 회수할 수 있는 유출 원유는 하루 최대 1만5000배럴 수준이지만 사고 해저 유정에서 흘러 나오는 원유는 하루 최대 2만5000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BP는 지난 1909년 앵글로-페르시아 석유회사로 설립됐다가 1932년 이란이 이 회사의 기본권리를 취소한 후인 1935년 앵글로-이란 석유회사로 개칭했다.

이란 석유분쟁이 끝난 후 1954년 브리티시석유유한회사로 변경했다가 1982년 BP로 상호를 바꿨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BP는 미국 엑슨모빌에 이어 세계 2위의 정유회사이며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다.

BP는 석유 탐사 및 생산과 더불어 정제와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석유 전문 기업이다.

석유 탐사 및 생산은 영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러시아, 앙골라, 아제르바이잔, 이집트, 아시아태평양 등 세계 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석유 정제 및 판매 분야에서는 석유 공급과 교역과 관련해 아랄, 아모코, 아르코 등 석유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BP의 지난해 매출은 2461억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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