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車랑나랑] "굿바이 마이 허머(HUMMER)"

입력 2010-04-23 16:14 수정 2010-04-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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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업계에선 '합종연횡(合從連衡)'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흘러나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많은 자동차업계가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사고 팔리는 M&A가 반복됐기 때문이지요.

굵직한 자동차회사 몇몇은 아시아를 중심으로한 신흥경제강국에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인도 타타자동차에 팔린 '재규어ㆍ랜드로버'는 이제 더 이상 영국 귀족주의를 내세우지 못 합니다. 한때 식민지로 통치했던 인도에 영국의 자존심이 팔린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스웨덴 볼보 역시 중국 지리자동차의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중국의 거대 자본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게걸스럽게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먹어 치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둘 자동차 회사가 중국으로 팔려 나가는 가운데 GM의 디비전 '허머(HUMMER)'는 지난 3월 공식적으로 브랜드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2008 리먼 쇼크 이후 궁지에 몰린 GM에게 허머는 매각이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브랜드였으니까요.

결국 허머는 중국으로의 매각 실패 이후 순차적으로 브랜드 폐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차를 좋아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매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없어져서는 안 되는 차가 사라지는 것은 정말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허머는 미군의 다목적 고기동 전술차량을 베이스로 만든 양산차입니다.

1982년 미군은 기존의 지프를 대체할 군사용 다목적차를 필요로 했습니다. 당시 AM 제너럴 모터스는 지프의 단순하고 민첩한 성능에 다양한 목적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고기동 차를 개발했습니다. 바로 '험비'의 탄생배경입니다.

당초 '고기동 다목적 차량(High-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을 의미하는 'HMMWV'가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군들이 이를 애칭삼아 '험비'라 부르게되면서 고유명사가 된 것이지요.

험비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역시 실전이었습니다. 1990년 8월 이제는 옛 이야기처럼 들리는 걸프전이 발발합니다. 사담 후세인이 통치하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략하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합세한 다국적 연합군이 쿠웨이트를 지원하면서 벌어진 전쟁이지요.

험비는 이 전쟁에 처음으로 출전합니다. 이미 수많은 훈련을 거쳐 탄탄하게 다져진 차가 드디어 훈련상황을 벗어나 첫 실전에 투입되는 시점이었지요.

험비는 그야말로 놀라운 성능을 전장 곳곳에 뿌렸습니다. 엄청난 수송능력에 다양한 장비를 싣고도 힘차게 사막을 달렸습니다. 그렇게 험비는 원하는 목적을 다 이뤄내며 존재의 당위성을 키워갔습니다.

GM은 1998년 AM 제너럴 모터스로부터 험비의 양산 라이선스를 가져옵니다. 마침내 험비의 양산형 허머가 등장하게된 것이지요.

사실 허머는 그냥 타라고 줘도 부담스러울 만큼 거대하고 불편합니다. 그에게 편의성은 사치에 불과했으니까요. 전장을 누볐던 허머는 하나의 병기와 같았습니다. 자동차로 불리기보다 '장비'라고 부르는게 더 적당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양산형 허머를 위협하는 것은 의외의 곳에 자리했습니다. 바로 전세계를 뒤덮은 친환경 정책이었습니다. 자동차회사가 친환경을 주장할 때마다 '기름먹는 하마'인 허머는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GM 역시 허머를 만들어 팔수록 적자에 빠지자 2010년 초 허머 브랜드를 폐쇄를 결정합니다. 중국으로의 매각이 실패하자 결국 공장문을 닫고 딜러를 정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허머를 안타까워합니다. 저만의 이야기일까요. 허머는 SUV를 좋아하고 오프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드림카였습니다. 오프로드 매니아라면 누구나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쯤엔가 허머 한 대쯤 고이 모셔두고 있었을테니까요.

이제 허머를 보내주려 합니다. 아쉬운 마음 달랠 길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허머를 잊지 않겠습니다. "굿바이 마이 허머(H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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