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출몰 경보, 그 시기가 왔다 [해시태그]

입력 2026-06-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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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예고된 날짜. 날아온 목격담.

사랑스러운 이름과 다른 불쾌감 가득한 형태의 출몰이죠. 이맘때쯤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다음 타자로 으레 인식되는 수준의 존재인데요. 올해는 생각보다 덜한 것 같다는 안도 섞인 말에도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것 아니다”라는 핀잔이 돌아올게 하는 영향력이죠. 이제는 그의 지역별 출몰 정보를 퍼센트로 보여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습니다.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한 상태로 붙어 날아다니는 모습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었는데요.

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 수도권의 주요 발생 기간을 15일부터 29일까지로 예측했습니다. 활동이 가장 왕성한 최성기는 24일 전후로 전망했는데요. 지난해 주요 발생 기간이 6월 17일부터 7월 4일까지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작 시점은 이틀가량 빨라지고 전체 기간은 짧아진 셈입니다. 짧은 기간 성충 출현이 집중되면서 특정 시점의 체감 개체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죠.

이번 예측에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민들이 생태 관찰 플랫폼에 올린 관측 기록과 최근 기온 자료가 활용됐는데요.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과거 민원 발생 시점과 비교한 결과 예측 오차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였죠. 15일이 지나자 실제 목격담이 빠르게 늘어난 흐름도 예측과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아직 ‘초입’이라는 점이죠.


▲러브버그. (게티이미지뱅크)
▲러브버그. (게티이미지뱅크)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고, 직접 감염병을 매개하는 곤충도 아닙니다. 유충은 낙엽과 부식된 식물성 물질을 분해하고 성충은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도 하죠. 한두 마리만 놓고 보면 당장 위험을 걱정해야 할 곤충은 아닌 셈인데요.

문제는 개체가 아니라 규모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성충이 된 러브버그들이 사람의 얼굴과 머리카락, 옷에 달라붙고 건물 외벽과 방충망, 차량 유리와 산책로를 뒤덮는데요. 밝은색과 불빛으로 몰려드는 특성까지 있어 도심에서는 실제 서식 밀도보다 훨씬 많이 더 가까이 느껴지죠.

시민들의 민감한 반응에는 지난 몇 년간의 경험도 쌓여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대발생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2022년 4418건에서 2023년 5600건, 2024년 9296건으로 늘었는데요. 지난해에는 5282건으로 줄었지만, 인천 계양산 정상과 등산로가 러브버그와 사체로 뒤덮인 장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죠. 서울시 조사에서는 시민 90.7%가 대발생 곤충에 혐오감을 느꼈고, 88.2%는 심리적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러브버그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발생하는 러브버그와는 다른 종인데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본래 중국과 대만, 일본 류큐열도 등 동아시아의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국내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사진 기록은 2015년 6월 인천 산곡동에서 촬영된 개체입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후 기록이 매년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2018년 인천 수봉산, 2020~2021년 인천과 서울, 경기 고양 등에서 관찰됐죠. 연구진이 2021년 서울 평창동에서 채집한 표본도 2022년 대발생 개체와 같은 붉은등우단털파리로 확인됐는데요.

이미 수도권에 소규모로 정착해 있던 개체군이 시민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폭증한 해가 2022년이었던 거죠. 하지만 정확한 유입 경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다만 국내 개체는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 지역 개체군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초 사진 기록이 항구도시 인천에서 나왔고 초기 분포가 주요 항만·공항 주변에 집중됐다는 점 때문에 흙이나 원예 물품, 운송 수단 등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거론되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그렇다면 이 러브버그 폭증 원인은 무엇일까요? 하나의 원인보다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진 결과일 가능성이 큰데요.

외래 생물이 새로운 지역에 유입됐다고 곧바로 대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은 개체가 일정 기간 번식을 거듭하며 서식 범위를 넓히고 어느 순간 개체군이 대발생 문턱을 넘을 수 있는데요. 미국 플로리다의 다른 러브버그도 첫 관찰 이후 10여 년이 지나서야 반복적인 대발생이 나타났죠. 국내 붉은등우단털파리도 인천과 수도권 서북부에 먼저 자리 잡은 뒤 서울 남부와 동부, 경기 지역으로 범위를 넓힌 것으로 보입니다.

기온 상승도 성장 속도와 활동 시기를 바꾸는데요.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 아래의 축축한 토양에서 유기물을 먹고 자라는데, 겨울과 봄이 따뜻할수록 생존과 발육에 유리하죠. 특히 봄철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 비슷한 시기에 성충으로 우화하면서 짧은 기간 개체가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는데요. 도시 열섬으로 주변보다 기온이 높고 공원·산지의 낙엽층이 풍부한 수도권 환경도 정착에 유리한 조건으로 꼽히죠.

성충의 수명이 수일 정도로 짧은 점도 ‘폭발’로 느껴지는데요. 개체 각각은 오래 살지 않지만, 수많은 개체가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나타나고 불빛과 밝은 건물 주변에 몰리기 때문이죠.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어야 할 곤충이 사람들이 생활하는 장소에 응축돼 보이게 됩니다.

연이은 습격에 행정당국의 대응도 달라졌는데요. 과거에는 성충이 대량 출현한 뒤 민원이 접수되면 살수하거나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올해는 땅속과 낙엽층에 있는 유충 단계부터 개체 수를 낮추고 성충이 되면 포집과 물리적 방제를 병행하는 쪽으로 전환했죠.

정부와 서울시는 3~4월 수도권과 강원·충청 인접 지역 등 56개 시·군·구에서 유충 서식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서울과 인천에서는 한 곳을 제외한 조사지점에서 유충이 발견됐고 경기도에서는 31개 시·군 가운데 15곳에서 확인됐죠. 과거 성충이 보고되지 않았던 동두천·포천·연천에서도 유충이 나오면서 경기 북부로의 확산 가능성도 확인됐습니다.

은평구 백련산과 노원구 수락산·불암산, 인천 계양산 등에는 토양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친환경 미생물제제(BTI)가 적용됐는데요. 모기 유충 방제 등에 사용돼 온 제제로, 올해는 러브버그 유충에 대한 현장 효과를 확인하는 실증이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후 인천 서구와 경기 광명·안양·부천·고양·시흥 등으로 적용 지역을 넓힐 계획이죠.

서울시는 백련산과 불암산 일대 1만2600㎡에 BTI를 살포하고, 공원과 산 주변 19개 자치구에 유인물질 포집기 1300대를 설치하기로 했는데요. 백련산과 불암산에는 광원·고공 대량포집기도 가동하며 강서·양천구에는 물을 뿌리는 살수 드론을 새로 투입합니다.


▲2025년 계양산 러브버그 폭증 모습 (출처=인스타그램 캡처(@kimlark34))
▲2025년 계양산 러브버그 폭증 모습 (출처=인스타그램 캡처(@kimlark34))


지난해 피해가 컸던 계양산의 준비는 더 눈에 띄는데요. 인천시는 4일 산림 헬기를 동원해 광원포집기 9기와 유인물질 포집기 100기, 흡충기 8기, 롤트랩 40개를 정상부로 옮겼습니다. 대량 발생 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산림에는 드론으로 물을 뿌릴 예정인데요. 화학 살충제를 산 전체에 살포하기보다 빛과 유인물질로 포집하고 날개가 물에 약한 특성을 이용해 밀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죠.

다만 목표는 박멸이 아닙니다. 산과 공원의 넓은 낙엽층에서 자란 개체를 모두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과도한 살충제는 다른 곤충과 산림 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데요. ‘퇴치’보다는 ‘개체 수 조절’에 가깝죠. 등산로와 주택가, 상가처럼 시민 접촉이 많은 곳의 밀도를 줄여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인 장면을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시민들이 조심해야 할 것도 독이나 감염이 아니라 대량 접촉과 실내 유입인데요. 방충망의 찢어진 곳과 창틀·현관문 틈을 점검하고 밤에는 베란다와 현관의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죠. 밝은색에 더 잘 모이는 특성이 있어 출몰이 심한 지역에서는 흰색이나 노란색보다 어두운색 옷을 입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출처=러브버그 닷컴(러브버그.com) 캡처)
(출처=러브버그 닷컴(러브버그.com) 캡처)


산책이나 러닝을 할 때는 모자와 안경, 필요하다면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과 눈·입으로 날아드는 불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창문이나 벽에 붙은 개체는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뿌리기보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 떨어뜨린 뒤 치우는 편이 나은데요. 차량 앞유리와 범퍼에 붙은 사체도 굳기 전에 물로 불려 제거해야 도장면 손상을 줄일 수 있죠.

올해는 이런 생활 속 불편을 가늠할 수 있는 민간 사이트 ‘러브버그 닷컴(러브버그.com)’도 등장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지역별 목격 상황을 제보하면 이를 바탕으로 지도에 출몰 정도를 퍼센트로 표시하는 방식인데요. 시민 제보와 온라인 언급 등을 토대로 지역별 상황을 상대적으로 환산한 참고용 지표이긴 하지만 지도의 등장이 전혀 가볍지 않죠. 사람들이 날씨나 미세먼지처럼 러브버그의 출몰 상황까지 확인하며 외출과 산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거든요.

이제 러브버그가 올해도 올 것인지 묻는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제 이 모든 예고와 출몰담은 위험한 곤충이 나타났다는 공포가 아닙니다. 짧은 기간 너무 많은 개체가 일상으로 밀려들 수 있다는, 지난 몇 년의 경험이 만든 예고인데요. 이제 남은 관심은 24일 전후의 정점에서 지난해 계양산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지, 유충부터 시작한 선제 방제가 시민들의 체감까지 낮출 수 있을지에 쏠리죠. 피할 순 없지만 덜 불편하게 할 순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말입니다.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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