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25조 늘었는데⋯은행 요구불예금 깨고 증시로 ‘머니무브’

입력 2026-06-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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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보름 사이 31조원 급감
마이너스통장 잔액 43조원 돌파⋯‘빚투’ 수요 확대
유동성 재배치 본격화⋯증시로 향하는 대기성 자금

5월 들어 시중 통화량(M2)이 25조원 넘게 늘었지만 자금은 은행 예금보다 증시로 향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에 요구불예금은 급감한 반면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증가하며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전날 기준 총 682조90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14조6576억원)과 비교해 보름 만에 무려 31조7518억 원 급감한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5월 한 달 동안에만 18조1052억원 증가하며 47개월 만에 700조원을 돌파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자 대기성 자금이 실제 투자로 전환되면서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자금 조달에 활용되는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전날 기준 43조3860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39조7877억원)과 비교하면 3조598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 41조4482억원에서 보름 만에 2조원 가까이 늘면서 투자 수요 확대 흐름을 반영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증시 투자 열기와 맞물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필요할 때 자유롭게 꺼내 쓰고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부과되는 상품으로, 통상 여유 자금이 생기면 즉시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상환보다 주식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유동성 풍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4월 말 124조원에서 5월 말 131조원으로 증가한 뒤 이달 12일 기준 121조원을 기록했다. 고점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120조원대를 유지하며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 투자 대기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에서 증시 유동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은행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광의통화(M2) 평잔은 4153조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5조3000억 원(0.6%) 증가했다. 반도체 기업 예치금 유입 등으로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13조 원 늘었고,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기타통화성상품 역시 주식 투자 대기자금 유입에 힘입어 규모가 확대됐다.

시중 전체 유동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이달 들어 급감한 것은 쌓여 있던 대기성 자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비워지고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채워지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자금 이탈이 아닌 시장 전반의 ‘유동성 재배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정기예금과 CMA, 투자자예탁금 등으로 분산돼 있던 자금이 증시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이동하면서 자산시장 전반의 돈이 도는 속도 역시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자금 흐름의 특징은 투자 대기자금이 특정 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재배치된다는 점”이라며 “풍부한 유동성과 증시 기대감이 유지될 경우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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