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0주 배정’ 후폭풍…해외 IPO 열풍에 드러난 한국 자본시장 민낯 [종합]

입력 2026-06-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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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공모주 ‘0주 배정’ 사태가 국내 자본시장 전반의 후폭풍으로 번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았지만 최종 물량을 한 주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특히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일본에는 물량을 배정한 반면 한국을 최종 배정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리아 패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으로 참여해 국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판매 가능 물량을 받지 못했다.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상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클래스A 보통주 5억5555만5555주 중 231만4815주를 배정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배정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으면서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됐다.

골드만 재량에 막힌 K증권사…美 IPO 구조와 간극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내 투자자가 익숙한 ‘공모주 청약’과 미국 IPO 배정 구조의 차이다. 국내 IPO에서는 인수단 증권사별 물량이 사실상 사전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IPO는 대표주관사가 수요예측 결과와 투자자 성격, 장기 보유 가능성, 지역별 배분 등을 종합해 최종 물량을 정한다. SEC 공시상 인수 물량이 곧 최종 고객 배정 물량을 뜻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증권도 SEC 자료에 기재된 인수 수량은 인수단 참여에 따른 비율일 뿐 최종 배정 물량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 스페이스X IPO에는 공모 물량의 수 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다. 장기 투자 목적의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국부펀드 등에 상당 물량이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문을 넣은 기관 중 일부도 단 한 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구조다. ‘공모주 청약’이라는 표현은 통상 일정 수준의 배정 가능성을 전제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번 건은 미국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정에 따라 물량이 달라지는 구조였다.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확정 물량 없는 해외 IPO 신청’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 간극을 판매 단계에서 얼마나 명확히 설명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의 글로벌 IB 협상력도 도마에 올랐다. 같은 아시아권 인수단으로 참여한 일본 미즈호증권은 당초 예정 물량보다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았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의 최종 배정 결정 앞에서 판매 가능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협상력 부재라는 지적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미국 IPO 시장에서는 대표주관사의 배정 권한이 절대적이며, 이번에는 골드만삭스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홍콩 등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투자자에게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우리가 물량을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배정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인수단에 포함된 증권사 물량을 상장 직전 아예 빼버린 것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제한에 작아진 청약판…검사 명분도 도마에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일반투자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공모 방식의 청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 제도상 일정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개인·법인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 방식으로 선회했다. 미국 IPO 공모 절차는 자연일 기준 15일이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영업일 기준 15일이 필요해 스페이스X 상장 일정에 맞춘 일반 공모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원래 일반 투자자들도 수혜를 볼 수 있도록 공모 방식으로 준비했지만 한미 제도 차이로 일정이 맞지 않았다”며 “결국 사모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청약 규모도 제한됐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국내 사모 청약 규모는 약 11억 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일본은 일반 공모가 가능해 약 62억 달러 규모의 청약 수요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배정 과정에서 더 큰 수요를 확보한 일본이나 장기 보유 성격의 미국 기관투자자에게 물량이 우선 배정됐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상장 직후 매매 가능 여부도 변수로 작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스페이스X 상장 직후 국내 고객의 매도 주문을 대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은 주식이 실제 고객 계좌에 입고된 이후에만 매도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요일 상장 기준으로 국내 계좌 입고가 화요일 이후 가능해지는 만큼, 국내 투자자는 상장 당일 매매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 IPO 공모주를 국내 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과정에서 결제·입고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당국 우려와 국내 제도상 한계가 반영된 제한적 청약 구조가 물량 확보 실패의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검사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판매와 관련해 지난 5일 점검에 착수한 뒤 검사로 전환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에게 배정 무산 가능성 등 투자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됐지만, 환전·송금·환불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점검 대상이다. 일부 자산운용사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확보한 스페이스X 공모주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하겠다고 광고했다가 불발된 점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개인 청약 물량은 0주였지만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확보한 물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논란을 키웠다. 미래에셋은 스페이스X와 기존 투자 관계를 이어온 만큼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약 3억6000만 달러, 5000억 원 규모의 기관투자자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 물량을 국내 청약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명의와 소유주가 다른 데 따른 법적 문제와 한미 규정 차이로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주 ETF도 유탄…공모가 편입 무산에 단기손실 우려

자산운용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초 스페이스X IPO 청약을 통해 확보한 주식을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에 편입하고, 상장 첫날 장내 매수 물량까지 더해 스페이스X 비중을 최대 25%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공모가 편입을 통해 상장 초기 주가 상승 효과를 ETF 성과에 반영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면서 한투운용의 공모가 편입 전략도 무산됐다. 한투운용은 결국 스페이스X 상장 당일 장중 매수로 일부 물량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하는 만큼 단기 수익률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페이스X 편입 기대감은 이미 관련 ETF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상태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스페이스X 편입 계획을 밝힌 미국 우주 관련 ETF 4종에는 개인 순매수 자금 1조8874억 원이 몰렸다. ‘TIGER 미국우주테크’가 1조531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KODEX 미국우주항공’, ‘SOL 미국우주항공TOP10’ 등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패시브 ETF는 애초 IPO 청약 참여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TIGER·KODEX·SOL 등은 상품 설계 당시 마련한 수시 편입 특례를 활용해 스페이스X 상장 후 2영업일 내 편입하는 방식이다. 반면 액티브 ETF인 한투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공모가 편입을 통해 차별화된 성과를 노렸지만, 미래에셋증권의 미배정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향후 해외 IPO 투자 확대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오픈AI, 앤트로픽 등 미국 대형 비상장 기업의 IPO가 이어질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청약 수요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의 글로벌 물량 확보 능력, 해외 IPO 판매 명칭, 사전 위험 고지, ETF 편입 마케팅 등은 아직 제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IPO는 국내 공모주 청약과 달리 대표주관사의 배정 재량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국내 투자자에게 익숙한 공모주 청약 방식으로 판매할 경우 실제 배정 구조와 위험 요인을 훨씬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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