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회계법인 '채용한파' …매년 회계사 딴 400명 갈 곳 없어[CPA 미지정 잔혹사]①

입력 2026-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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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정 회계사' 해마다 반복
본업 감사시장 둔화에 매출 저조
경영자문 눈 돌렸지만 출혈 결쟁
이직률 하락에 공급과잉도 겹쳐
"제대로 배우려면 빅4" 인식 공고
"합격자 1000명 밑으로 줄여야"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공인회계사(CPA) 합격증을 거머쥐고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 사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회계법인의 신규 인력 수요와 공급간 구조적 미스매치(불일치)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형 회계법인들은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하기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다. 통상 회계법인들은 6~8월 사이 채용 규모를 확정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 인원 조율과 시장 침체 타개책 마련이 맞물리면서 평소보다 발표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한파의 가장 큰 원인은 대형 회계법인의 성장판이 닫혔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24사업연도(FY) 회계법인의 총매출액은 6조2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회계법인의 본업인 감사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2022년 16.7%에 달했던 폭발적인 성장세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성장동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최근 수년간 대형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 시장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 경영·재무자문과 컨설팅 부문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장 침체 속 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처지다.

대형 회계법인의 이직률 하락도 채용 한파를 부채질했다. 과거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운용사(PE) 등으로 활발히 이동하던 회계사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20.77% 수준이었던 빅4의 평균 퇴사율은 2024년 18.28%로 낮아졌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미지정 사태의 원인이 인공지능(AI) 보급 때문이라는 분석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라며 "수 년 전 회계업계 전반의 임금이 크게 오른 후 기존 인력들이 잔류를 택하면서 신규 인력을 수혈할 공간 자체가 사라졌다"고 짚었다.

문제는 시장의 흡수력은 줄었는데 금융당국의 공급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매년 1200명 안팎의 합격자를 쏟아내고 있지만, 지난해 빅4가 흡수한 신입 회계사는 796명에 불과하다. 직전 연도(842명)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올해 CPA 선발인원을 1150명으로 줄였지만, 현장에서는 1000명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합격자는 회계법인(2년)이나 일반 기업(3년) 등 실무 수습 기관에서의 수습 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공인회계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된다. 수습기간을 거치지 못하면 미지정 회계사가 된다.

매년 400명에 달하는 CPA 자격증 취득자가 고스란히 미지정자로 누적되는 구조다. 정작 합격자를 수용해야 할 대형 법인의 기초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수백 명의 합격자가 갈 곳을 잃었지만, 중·소형 회계법인이나 일반 기업으로의 분산은 이뤄지지 않는다. 회계업계의 중심축이 감사가 아닌 경영자문으로 이동하면서, 합격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일을 배우려면 무조건 빅4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법인에서 상장사나 대기업 비즈니스를 다뤄보지 않으면 향후 경력직 이직 시장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빅4 선호 현상과 미지정 잔혹사를 낳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4~5년 차 회계사들이 플랫폼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재무총괄(CFO) 혹은 투자업계로 대거 이직하며 자연스러운 인력 순환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시장이 얼어붙어 다들 회계법인에서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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