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차·통신·플랫폼까지 성과급 갈등 확산
AI 도입·하청 교섭 변수에 임단협 장기화 우려

산업계 전반에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조선, 통신, 플랫폼 등 국내 주요 산업군 노조들이 잇따라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익의 명확한 공유를 주장하는 노동계와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사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올해 기업들의 임단협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가중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날 울산 본사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2025년 영업이익(약 2조원)을 대입하면 재원만 6000억원에 달한다. 조합원 한명 당 약 75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와 별도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 차원에서 회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공정에 도입할 때는 노조와 합의를 통해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 측은 “교섭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교섭에서는 사내하청노조도 원청인 HD현대중공업과 교섭을 추진한다. 하청노조는 임금 14만9600원 인상, 8시간 1공수 인정, 원청과 같은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측은 하청노조가 사내 협력업체별 조합원 수 등 교섭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 사례는 최근 산업계에 확산하는 ‘성과급 고정 비율’ 요구의 단면으로 꼽힌다. 조선업이 고선가 수주 물량 반영으로 실적 개선 국면에 들어서자 노조는 호실적의 과실을 노동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할 경우 업황 변동기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성과급 갈등은 다른 업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으로 계산하면 총 45조원, 1인당 6억~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 20%와 별도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등에서도 성과급과 임금, 근로조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산업계에서는 올해 임단협의 핵심 쟁점이 단순 임금 인상률에서 이익 배분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노조는 고물가와 기업 실적 개선을 근거로 성과 공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면 투자 재원과 재무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주요 제조업과 기간산업에서 교섭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과 협력사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조선업, 반도체 호황을 배경으로 노조의 임금·성과급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공정 내 AI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교섭이 조기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