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성 제로라니요? 효율이 높을 뿐입니다 [읽다 보니, 경제]

입력 2026-04-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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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지윤 기자 chxmas@)
(디자인=정지윤 기자 chxmas@)

오늘 회식 가능하신 분?

이러한 상사의 말에 심박수가 빨라지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보다 메신저가 편한 당신. 혹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자책에 빠져 있진 않나요?

하지만 여기, 내성적인 성격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무기라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조준호 전 LG 대표이사입니다.

CEO가 된 내향인, "억지로 웃지 않아도 이깁니다"

(사진제공=저녁달)
(사진제공=저녁달)

보통 '성공한 리더'라고 하면 화려한 언변과 압도적인 친화력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 '내향인 개인주의자 그리고 회사원'은 그런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조준호 전 대표는 40년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사회생활 잘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오히려 꼭 있어야 할 자리에만 머물다 사라지는 '사교성 제로'의 인물이었죠.

그는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인 척하느라 에너지를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강점에 집중했는데요. 상사에게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 능력보다 보고서를 끝까지 꼼꼼하게 완성하는 힘을 키웠고, 많은 사람과 인맥을 관리하기보다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한 안에 제출만 하면 된다”는 식의 ‘학생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신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하는 ‘완결된 업무’ 태도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성격을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성격 뒤에 숨겨진 강점을 꺼내라"는 그의 조언은 억지 사교성에 지친 현대 직장인들에게 나다운 방식의 승리 전략을 건넵니다.

요즘은 'I'들이 지배한다? 내향인의 역습

흥미로운 점은 내향적 성향이 개인의 기질을 넘어 하나의 경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경제학자 앨리슨 슈레이거는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내향적인 사람들이 경제를 장악했다(Introverts Have Taken Over the Economy)"고 분석하며 '내향형 경제(Introvert Economy)'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이 폐쇄적으로 변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Z세대처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를 중심으로, 굳이 밖에 나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충분히 소통하고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의미에 가까운데요. 온라인 쇼핑, OTT 구독, 배달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은 내향적 성향이 가진 '선택과 집중'의 태도가 만들어낸 거대한 시장입니다. 이제 내향성은 더는 고쳐야 할 소심함이 아니라 현대인이 세상을 대하는 합리적이고도 보편적인 태도 중 하나로 존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곧 우리 자신이다

내향인에게 가장 큰 고민은 '인간관계'입니다. 저자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는 비합리적인 노력을 멈추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그는 '다소 헐겁더라도 다양한 사람을 유입시키는 네트워크'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좁은 관계에 매몰되어 상처받기보다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양한 통찰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적응적인 사회 전략이라는 것이죠.

특히 조직의 고위직으로 갈수록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충성심'보다 '도덕적·법적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더 절실해집니다. 요령 좋고 융통성 있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조직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진정성을 가지고 원칙을 지켜온 내향적 원칙주의자들입니다. 당장 빛이 나지 않는 일이라도 철저하게 해내는 '디테일'이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법입니다.

처세술로 인성을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곧 우리 자신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남이 보든 보지 않든 한결같이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 인성의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며 정직함과 겸손함,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존중받습니다.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일이라도 불평하지 않고 차근차근히 해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기는데요. 묵묵히 쌓아온 성실함과 디테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되기 때문입니다. 조준호 저자는 고지식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꼭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기 방식대로 조용히, 꾸준히 해내는 것도 충분히 강한 삶의 방식이라는 거죠. 세상에는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결국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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