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현대엘리베이터 95만1000주 매수…지분율 0.4%→2.78%
핵심 계열사 지배력 강화ㆍ고배당 수익 ‘일석이조’

현대그룹 승계 구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그룹 지배의 축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지배력 재편’에 나선 것이다.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 현금 확보에서 핵심 계열사 집중과 배당 수익 확보로 이어지는 일종의 ‘승계형 자본 재배치’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전무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본인 소유의 현대무벡스 주식 447만2473주(4.02%)를 장내에서 모두 처분했다. 당초 3월 말 보유 지분 중 0.8%(89만4495주)를 남기고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잔여 물량까지 모두 매각하며 주주 명단에서 완전히 이름을 내렸다. 해당 지분은 2021년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14호와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상장할 당시 확보했던 물량이다. 정 전무는 이번 매각을 통해 약 1248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확보한 현금은 곧바로 핵심 계열사로 이동했다. 정 전무는 지난달 23일 7만2000주 매수를 시작으로 이달 23일까지 한 달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95만1000주를 공격적으로 장내 매수했다. 투입된 자금은 약 861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정 전무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기존 0.4%에서 2.78%로 7배 가까이 뛰었다. 단기간에 이뤄진 대규모 매집이라는 점에서 ‘의도된 지배력 확대’ 신호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의 핵심을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물류 자동화 사업을 담당하는 무벡스 대신 그룹 내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자금을 집중시키며 지배 구조의 중심축을 선명하게 가져가는 전략이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고배당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단순 지분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5년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1만4010원의 배당을 감안하면 정 전무는 이번 매수만으로도 연간 약 130억원 수준의 현금흐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승계 재원과 지배력,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다.
추가 매수 여력도 남아 있다. 무벡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중 약 380억원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확보한 실탄이 충분한 만큼 정 전무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대주주 일가의 장악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현정은 회장이 75.0% 지분을 가진 현대홀딩스컴퍼니(20.1%)다. 작년 말 기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2.2% 수준이었으나 정 전무의 주식 매수로 24.6%까지 지분이 늘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엘리베이터를 축으로 한 2세 승계 구도가 본격화되는 초기 단계'라고 평가한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자산 유동화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며 밸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을 약 4500억원에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선 가운데 이를 미래 기술 투자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지배력 확대를 노리는 오너 일가와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회사 전략이 맞물리며 지배구조와 밸류업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