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자금과 거래의 흐름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은 여전히 미국에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 기술 확보를 위한 라이선스 거래는 중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글로벌 투자회사 JP모건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벤처 투자금 617억달러(약 91조원) 가운데 71.5%가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에 유입됐다. 베이 지역과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여전히 자금 유치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거래 흐름은 중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체결한 주요 라이선스 계약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서 유래한 자산이었고 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75%에 달했다. 최소 5000만달러(약 737억원) 이상의 선급금이 지급된 거래만 봐도 총 26억달러(약 4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 자체 연구개발보다 외부에서 검증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초기 단계 자산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 바이오텍이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료 영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2026년 1분기 비만·당뇨병 관련 라이선스 거래 규모는 220억달러(약 32조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다만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과 위억제펩타이드(GIP) 계열 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거래는 건수는 줄고 소수의 대형 계약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시장이 초기 확산 단계를 지나 선별적 투자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항암 분야와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투자 구조 역시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 종양학은 여전히 가장 활발한 치료 영역이며 거래는 임상 2상과 3상 등 후기 단계 자산에 집중됐다. 이는 단기 상업화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역할 분담 구조가 고착화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자금은 인프라와 투자 생태계가 구축된 미국으로, 기술은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앞세운 중국으로 이동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는 내부 개발보다 외부 자산 도입을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중국은 초기 파이프라인 공급지, 미국은 자금과 상업화 중심지로 기능이 나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