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압구정과 성수 일대 정비사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경쟁사 입찰 서류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고 불법 홍보로 시공사 선정이 무효 처리되며 급기야 행정기관이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수주전이 성사될 때마다 반복돼 왔다. 올해는 과열의 강도와 범위가 확연히 다르다. 연내 8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정비사업 시장이 열리면서다. 특히 ‘압‧여‧목‧성’이라 불리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잇따르며 건설사들도 수주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인식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올해 정비사업 물량이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향후 수년간 먹거리를 좌우할 사업지들이다.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다.
여기에 브랜드 경쟁까지 더해진다. 상징성이 큰 사업지를 따내는 것은 단순한 수주를 넘어 향후 시장 지위를 좌우하는 문제다. 격차를 좁히려는 건설사일수록 더 공격적인 전략을 택하게 된다. 결국 과열은 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제도는 이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금지 행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위반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적발되더라도 제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쉬운 환경이다. 제도가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결과는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과열된 경쟁은 불법 논란으로 이어지고 입찰 무효나 재입찰로 사업이 지연된다. 그 사이 금융 비용은 불어나고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다. 조합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 방식에서는 정보 비대칭과 의사결정 왜곡 가능성이 상존한다. 여기에 제안 경쟁 중심의 입찰 구조까지 더해지면 과열은 피하기 어렵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경쟁을 관리할 것인가’다. 입찰 조건의 표준화, 사전 제안 제한, 위반 시 즉각적인 제재 기준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입의 시점이다. 문제가 불거진 뒤 뒤늦게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는 반복을 막기 어렵다. 과열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주전은 계속해서 ‘경쟁’이 아닌 ‘충돌’로 흐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