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양산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운영사인 우리마트가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면서 지역 유통망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법원의 판단을 앞둔 가운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상인들의 자금줄이 급격히 마르며 현장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부산회생법원은 21일 회생절차 개시 여부 판단에 앞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통상 절차에 따라 채권·채무가 동결되면, 이후 2~3개월간 계속기업 가치가 검증된다. 우리마트 측은 전국 17개 매장 규모와 매출 기반을 근거로 회생 개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회생 절차가 ‘질서 있는 정리’라면, 현장은 이미 ‘무질서한 충격’이 시작됐다.
가장 큰 타격은 양산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다. 연 매출 약 972억 원으로 그룹 전체의 핵심 수익원이지만, 동시에 지역 납품업체들이 가장 많이 얽힌 구조다. 전체 납품업체는 약 250곳. 대기업은 담보와 보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영세업체로 쏠린다.
우리마트 측은 미지급 채권 규모를 120억~130억 원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공익채권 등을 제외하면 약 60억~70억 원이 100여 개 업체에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상인들 사이에서는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체감과 공식 수치 사이의 간극이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자금 압박은 즉각적이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납품대금이 막히면서 일부 업체는 인건비와 원재료 대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양산시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민원 접수 창구를 열었지만, 실질적 지원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경영 책임 논란도 불거진다. 우리마트 4개 법인의 총부채는 2024년 기준 4270억 원. 이 중 단기성 부채 비중이 65%에 달한다. 매월 원리금 상환만 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누적된 셈이다.
그럼에도 확장은 멈추지 않았다. 양산 유통센터를 ‘캐시카우’로 삼아 외형 확대에 나섰고, 지역화폐 가맹 제한으로 매출이 감소한 이후에도 신규 점포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성장 전략’이 ‘부채 확대’로 되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역시 도마에 오른다. 다수 법인을 두고도 실질적으로 1인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견제 없는 확장이 이번 위기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타이밍’도 의문을 낳는다.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낸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재무제표 미제출로 감사가 불가능했다는 판단은 기업 신뢰도에 치명적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사전에 회생을 염두에 둔 결정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적지 않다.
우리마트 측은 유통센터 잔여 계약기간 동안 발생하는 영업이익을 피해 업체 보전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회생 절차 하에서 이 약속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위기를 넘어 지역 유통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대형 유통망 하나가 흔들리자, 그 아래 연결된 수백 개 거래선이 동시에 충격을 받는 구조다.
법원의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양산 유통 생태계는 지금 ‘버티기 국면’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