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생산국·안전 자산 프리미엄 재부각

올해는 ‘미국 탈출, 해외 주식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해졌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이 글로벌 자산 흐름을 뒤흔들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MSCI지수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10% 하락한 반면, 미국 지수의 낙폭은 5.4%에 그쳤다. 독일DAX지수는 11%, 일본 닛케이지수는 9.3% 각각 밀렸다. 전쟁으로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서 해외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려던 움직임을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유가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는 구조다. 자국 내 에너지 생산 기반이 탄탄한 데다가 기업 실적도 견조해 불확실성 국면에서 여전히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러한 미국 쏠림 현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증시의 또 다른 축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6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국은 또한 ‘고립된 섬’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 미국 기업들도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충격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재정 지출 확대가 성장과 기업 이익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뒤집었다. 당시 해외 주식의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은 고평가된 미국 주식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해외 시장은 인공지능(AI) 주식의 거품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위한 안전한 피난처로도 여겨졌다.
마이클 로젠 앤젤레스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초 유럽 및 신흥 시장 투자 비중을 늘렸으나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쟁이 수습되면 여전히 국제 시장에 대한 일부 투자 비중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전쟁으로 인해 확신에 찬 판단을 내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이 사태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