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몽규 HDC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20개사를 소속 현황에서 빠뜨린 혐의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2021년 17개사, 2022년 19개사, 2023년 19개사, 2024년 18개사 등 총 20개사(중복제외)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발표했다.
HDC(舊 현대산업개발)는 1999년 고(故) 정세영 선대 회장이 기업집단 '현대'로부터 친족 분리한 이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꾸준히 지정돼왔으며, 2018년에는 HDC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이다.
정 회장은 2006년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정자료 제출 시 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8개사,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12개사 등 총 20개사(중복 제외)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기업집단 HDC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25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 왔으며, 기업집단 내 최상단회사인 HDC는 2018년 지주회사 전환 이래 7년 이상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현황을 보고해 왔다. 특히 정 회장은 2006년부터 기업집단 HDC의 동일인이다. 지주회사 겸 지정자료 제출대리인인 HDC 대표이사로도 오랜 기간 재직해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정 회장의 자료제출 대상 친족 수가 많지 않고, 누락된 회사 대부분이 동생 일가·외삼촌 일가 등 가까운 친족이 직접 소유하거나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회사들을 계열회사에 포함해야 했다고 봤다. 또한 해당 친족들과는 모임·행사 등을 통해 지속해서 교류해온 만큼 관련 회사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2021년에는 정 회장과 사촌 관계인 다른 기업집단 총수가 친족 회사 누락 등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고발된 사례도 확인됐다. 공정위가 친족 회사 확인 강화를 위해 자료제출 양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HDC 측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지정업무 담당자와 정 회장 비서진은 자료 준비 과정에서 친족 회사 담당자들로부터 계열 요건(친족 지분율 30% 이상)에 해당한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누락이 적발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파악됐다.
친족 회사 관련 사안은 정몽규 회장에게까지 보고됐으며, 정 회장은 이 과정에서 친족의 지분율이 낮아 계열회사로 보기 어려운 회사까지 일일이 언급하며 해당 친족들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하는 등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그러나 HDC는 누락회사에 대한 계열편입·친족 분리 등 가능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약 20개에 달하는 친족 회사들이 누락된 지정자료를 2024년까지 매년 제출했다. 동일인의 매제(인트란스해운 대표)는 누락 사실 확인 직후 17년째 맡아왔던 HDC 계열회사 임원직에서 갑자기 사임해 누락회사와 HDC 간의 연관성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외삼촌 일가가 소유한 '쿤스트할레'는 HDC 계열회사와 장기간 거래관계가 존재했고, '에스제이지세종'은 매출 규모가 큰 상장회사로서 공시자료만으로도 지분 보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등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연관된 회사들을 확인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조사 결과, 친족 회사 현황 파악 등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아 장기간 다수의 친족 회사가 누락된 것으로 판단했다.
정 회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회사들의 총 자산 규모는 연간 1조 원을 웃돈다. 일부 회사들은 최장 19년간 HDC 소속회사에서 누락되어 사익편취규제 또는 공시의무 등의 적용을 일절 받지 않게 되는 등 규제 공백 상태가 초래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존재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도 모자라 누락회사를 자진신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 등 법상 지정자료 제출의무를 경시한 행위를 고발 조치함으로써 대기업집단 시책의 근간이 되는 지정제도의 중요성과 지정자료 제출책임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 활동을 지속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