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한 그릇 더 주세요”…밥솥에서 빠진 쌀, 떡·가공식품으로 간다

입력 2026-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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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으로 먹는 쌀 106.5kg→53.9kg…30년 새 소비 절반으로
햇반 같은 즉석밥도 ‘가공식품’ 통계로…제조업 쌀 93만2102톤(+6.7%)

▲게티이미지뱅크 떡국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떡국 (게티이미지뱅크)

설 연휴가 끝나면 집집마다 풍경이 비슷하다. 떡국은 거하게 한두 번 끓였는데, 떡국떡은 꼭 남는다. 그렇다고 떡이 버려지지는 않는다.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떡볶이로 먹거나, 라면에 넣어 끼니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설에 먹는 떡국도, 이후에 활용되는 떡도 모두 쌀이다. 떡 소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달라진 건 평소 밥상이다. 설에는 떡국을 먹지만, 일상에서 쌀밥을 먹는 빈도와 양은 꾸준히 줄고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밥으로 먹는 쌀’ 소비가 감소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3.9kg으로 전년(55.8kg)보다 1.9kg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1995년(106.5kg)과 비교하면 30년 새 절반 수준이다.

다만 ‘쌀이 사라진다’고 보긴 어렵다. 쌀이 소비되는 ‘형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제조업(식료품·음료) 사업체부문 연간 쌀 소비량은 93만2102톤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떡류와 주정, 각종 가공·조리식품이 주요 소비처로 집계됐다. 집에서는 밥을 덜 짓지만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쌀 사용이 확대된 셈이다.

여기서 즉석밥이 연결된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번 조사에서 가구부문은 ‘가구가 직접 조리해 식용으로 소비한 양’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가구 내 쌀가공식품은 가구부문이 아니라 사업체부문 쌀 소비량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즉석밥은 가정에서 밥으로 소비되더라도 통계상으로는 ‘가공식품(제조업 원료 소비)’에 포함되는 구조다. 햇반 같은 즉석밥이 대표적인 사례다.

설에 먹는 떡국은 전통적인 음식이지만, 동시에 쌀이 ‘밥’이 아닌 형태로 소비되는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명절 이후에도 떡볶이, 냉동볶음밥, 컵밥, 즉석죽 등 간편식 소비가 이어지면서 쌀의 쓰임새는 밥솥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쌀 소비를 단순히 ‘줄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밥으로 먹는 쌀은 줄었지만, 떡과 가공식품, 즉석식품의 원료로 쓰이는 쌀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쌀 소비의 무게중심이 밥에서 가공·조리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5년 9월 18일 ‘천원의 아침밥’ 사업 정책 현장 확인을 위해 전북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5년 9월 18일 ‘천원의 아침밥’ 사업 정책 현장 확인을 위해 전북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밥쌀 소비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밥쌀 소비 감소 흐름을 완화하기 위해 쌀밥 소비를 일상적으로 늘리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지원 사업을 비롯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과 군·학교 급식에서의 쌀밥 확대, 가정간편식(HMR)과 연계한 쌀 메뉴 개발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즉석밥과 컵밥 등 가공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도 원료 쌀 수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식품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쌀 기반 제품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설이 지나고 남은 떡국떡은 쌀 소비 변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밥으로 먹는 쌀은 줄어들고 있지만, 떡과 가공식품, 즉석식품을 통해 소비되는 쌀은 여전히 일상 속에 남아 있다. 쌀 소비의 과제가 ‘밥을 얼마나 더 먹게 할 것인가’에서 ‘변화한 식생활 속에서 쌀 수요를 어떻게 유지·확대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밥상 위 쌀은 줄었지만, 쌀의 쓰임새 자체는 여전히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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