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 품은 기차 여행, ‘계란·칠성사이다’가 그립다 [에그리씽]

입력 2025-12-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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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의 묘미였던 객차 내 이동 판매 모습. (사진제공=한국철도공사)
▲기차여행의 묘미였던 객차 내 이동 판매 모습. (사진제공=한국철도공사)
기차 여행은 언제나 추억과 낭만을 품고 있다. 역 맞이방에서 기차표를 손에 드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올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가장 행복한 여행의 순간이 된다.

1970~1990년대 기차 여행의 상징은 ‘삶은 계란과 칠성사이다’였다. 객차 안을 오가며 “계란, 사이다요”를 외치던 판매원과 노란 망에 담긴 계란, 병뚜껑을 ‘뻥’ 따는 사이다 소리는 당시 기차 여행의 낭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풍경은 2000년대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해당 문화가 꽃핀 시기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이다.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전국 주요 노선을 연결하던 시기, 장거리 이동이 일상화되면서 계란·사이다는 편리성과 상징성을 갖춘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역전 도시락과 함께 계란을 까먹는 행위는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여러 변화가 겹치며 기차 간식 문화는 빠르게 쇠퇴했다. 가장 큰 변화는 2004년 KTX 도입이다. 장거리 이동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기차 내 식음료 소비 자체가 감소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이동 시간이 짧아지자 객차에서 간식을 구매하거나 식사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객차 내 이동 판매 축소와 위생 기준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철도 내 식품 판매가 엄격해지면서 유리병 음료 취급이 제한되고, 망 포장 계란 등 전통적인 형태의 간식 판매가 점차 중단됐다. 코레일 측은 “유리병 파손 위험, 보관·취식 과정에서의 위생 문제가 지속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역사(驛舍)의 상업시설 현대화도 한몫했다. 편의점·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선 역 공간이 쇼핑몰 형태로 변모하면서, 탑승 전 구매 가능한 간식이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객차 판매원의 순회 판매 문화가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장년층은 여전히 ‘기차 계란’을 여행의 추억으로 기억한다. 속도보다 여유가 더 컸던 시절, 흔들리는 객차 안에서 계란을 까고 사이다를 마시던 경험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빠른 이동 시대 속에서 사라진 기차 간식의 풍경은, 한 시대의 정서와 감성을 담은 문화로 남아 조용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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