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학 농심 대표·박준 농심홀딩스 대표 용퇴
삼양식품·SPC 등 오너 3세 잇단 승진

농심이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하고 오너 3세 중심의 세대 교체를 단행,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새로운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기존 핵심 경영진이 물러나는 동시에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전무가 된 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또 한 번 빠르게 승진,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심은 이날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십 년간 생산·경영 일선을 지켜온 '정통 농심맨'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와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는 조용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내년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조용철 사장은 2019년 농심 마케팅부문장 전무로 입사해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올해 영업부문장에 위촉돼 최근 농심의 국내외 영업을 총괄해 왔다. 그는 1987년 삼성물산으로 입사,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실과 동남아 총괄 마케팅 팀장 및 태국 법인장을 거친 삼성맨 출신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현장 감각을 보유한 글로벌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함으로써,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조용철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기존 '농심 올드맨'은 용퇴하게 됐다. 그동안 대표이사를 맡아온 1953년생인 이병학 사장은 1985년 입사한 뒤 30년 넘게 생산현장을 지켜온 정통 기술·생산 전문가다. 전 공장 생산을 총괄하는 생산부문장을 거쳐 2021년 12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박준 부회장과 공동경영 체제를 이끌었다. 그는 2023년 박 부회장이 농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단독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박준 부회장도 ‘농심의 역사’라 불릴 만큼 회사와 함께한 기간이 길다. 1948년생인 그는 1981년 농심에 입사해 무려 40년 이상 근무했다. 2012년부터 농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16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농심을 이끌어온 상징적 인물이다. 2023년에는 신동원 농심 회장이 농심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그룹 전략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이후, 박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대표로 선임돼 지주사 운영을 맡았다.

이번 인사로 농심의 실질적 의사 결정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1993년생인 신 부사장은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구매담당 상무, 미래사업실장 전무 등을 거쳐 올해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 그는 지난해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직접 이끌며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 투자·인수합병(M&A) 등 농심의 미래 방향을 총괄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 부사장의 누나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담당 책임도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었다. 이번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식품업계에선 오너가 3세들이 잇달아 승진하거나 핵심 보직을 맡으며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삼양식품 지주사) 오너가 3세 전병우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최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앞서 SPC그룹 오너가 3세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도 이달 부회장과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허영인 회장의 장남이며 허희수 사장은 허 회장의 차남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도 최근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CJ제일제당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 실장은 미래기획그룹장을 맡아 신사업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