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에 있는 씨네큐브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있어서 신세를 졌던 분들과 교류하는 건 멋진 일"이라며 "촬영을 잠깐 쉬고 있어서 이렇게 방문할 수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고레에다 감독은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씨네큐브는 고레에다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비롯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 등 총 6편을 국내에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내가 인기가 많은 이유를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자주 한국에 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번 행사에서 내 영화를 13편 상영하는데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극장의 위기에 관해 고레에다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일본도 아트하우스(예술영화관)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설비 투자가 어렵거나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라며 "그나마 도쿄는 애를 써서 극장들이 남아 있는 편이다. 나를 키워준 장소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한도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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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선 일본 영화 열풍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은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 같다. 하마구치 류스케 등 젊은 감독들이 칸영화제에 초청을 많이 받았다"라며 "일본 영화계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포스트 봉준호, 박찬욱 등을 찾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본은 변화가 느리다. 코로나19 전후로 OTT가 성장했을 때 그쪽으로 감독들이 휩쓸려가지 않았다. 극장용 영화를 고집하는 감독들이 일정 수가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윤가은이나 김보라 감독의 작품들을 좋게 봤는데, 그들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까 지켜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또 '걸어도 걸어도'와 '괴물'을 특별히 한국 관객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크리에이터분들과 이야기하면 '걸어도 걸어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 봉준호 감독도 이 영화를 본 후에 메일을 직접 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작품 중에서는 역시 '괴물'인 것 같다. 작년에 두 남자 주인공들이 방한했을 때 극장의 열기는 따뜻하다기보다 뜨거운 느낌이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본 한국영화로는 '서울의 봄'과 '파묘'를 꼽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 참 힘이 있는 감독님들이 계신다는 걸 느꼈다. 독특한 세계관의 작품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관해 "특별한 주제를 정해놓고 영화를 찍는다기보다 그때그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그걸 부풀려 나가는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다"라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밝혀내고 그려내는 일들을 지금까지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