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황금연휴 무산. 1일 근로자의 날과 5일 어린이날(올해는 석가탄신일과 겹침), 그리고 6일 대체공휴일까지… 딱 하루, 5월 2일만 쉬면 총 6일의 황금연휴가 가능했는데요. 그러나 정부는 이 남은 날짜인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끊어진 연휴 고리 앞에서 근로자들의 모습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정부는 5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두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날짜를 휴일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임시공휴일 지정은 정례화된 제도가 아닌 만큼, 매번 국무회의 의결 상황입니다. 5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면, 검토를 거쳐 29일 국무회의에는 상정을 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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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있어 5월 중 추가 공휴일 지정은 정부에게 부담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졌는데요. 실제로 선거일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자동 공휴일로 간주돼 별도 임시공휴일로 공표됐습니다. 이외에도 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민원·공공서비스의 행정 공백 우려, 5월 초 교육일정 및 입시·학사 일정 차질, 공휴일 장기화로 인한 피로 누적 등 다양한 우려가 나왔는데요.

이는 그간 임시공휴일이 경기 부양이나 내수 진작에 실질적인 효과를 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한몫했는데요. 임시공휴일 지정을 하면 해외여행이 증가해 내수 진작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죠. 실제로 징검다리 연휴(샌드위치 데이)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던 올해 설 연휴에는 내국인 출국자 수가 297만 519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3%, 전월 대비 9.4% 증가했고요. 임시공휴일이 포함됐던 지난해 추석 연휴 역시 출국자 수가 238만571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6%나 늘어났습니다.
이에 기업은 따로 움직였는데요.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내부 방침으로 ‘권장휴무’를 시행했습니다.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대한항공 등은 이날을 전사 휴무일로 지정했는데요. LG전자를 비롯한 SK이노베이션, 한화, HD현대, GS칼텍스, LS, 두산 등은 2일 휴무를 권장했죠.
심지어 효성은 2일은 물론 7일까지 지정 휴무일로 정해 무려 7일간 쉬는데요. 효성은 직원들이 매년 일정 일수 이상의 연차 휴가를 사용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정 휴무일을 운영하고 있죠. 이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신세계는 5월 2일 휴무 여부를 부서와 임직원 자율에 맡겼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휴무 외 가족행사도 진행되는데요. 삼성전자는 5월 3일 각 사업장에서 임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가족 초청 행사를 준비해 페이스페인팅, 마술·버블쇼, 퍼레이드 등 놀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요. LG전자는 경남 창원 로봇랜드를 전세 내 임직원 가족에게 개방하죠. LS그룹은 어린이날 가족행복캠프, 부모 대상 효도 잔치를 진행하고, 에쓰오일(S-OIL)은 임직원 가족을 초청해 본사, 마곡산단, 울산공장 등을 견학시키는 1박 2일 행사를 운영합니다.
앞서 설·추석 등 명절에 귀성을 떠나는 직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연휴 다음날 등을 전사 휴무일과 지정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다소 소극적인 연차이긴 하지만, ‘황금연휴’ 연차 사용에 자유로운 분위기죠.

이들의 ‘전사 휴일’과 ‘권장 휴무’가 뉴스 보도까지 나온 이유는 설사 임시공휴일로 지정이 되더라도 ‘쉬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임시공휴일 지정을 두고 나온 인크루트(2023년 9월·직장인 927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14.7%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영세기업 근로자의 출근율은 33.3%로 가장 높았죠.
출근 사유는 ‘회사 지시’가 46.3%로 1위였고, 스케줄 근무(27.2%), 필수인력 필요(16.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출근자 중 41.9%가 휴일근로 수당도, 대체휴가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수당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인데요. 해당 조사에서 연차 강제 소진제도에 대해서는 55.5%가 부정적으로 답했으며, 특히 공공기관(63.4%)과 중소기업(57.2%) 근로자의 반감이 두드러졌습니다.
임시공휴일 논란과 함께 다시 떠오른 주제가 바로 ‘연차 양극화’인데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7일 발표한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32.9%의 직장인이 유급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여성(43.4%), 20대(40.1%), 5인 미만 사업장(43.9%), 일반사원(41.7%), 월 150만 원 미만 근로자(49.1%) 등에서 그 비율이 절반에 달했죠. 반면 남성(24.4%), 정규직(26.2%), 공공기관(19.7%), 월 500만 원 이상(21.6%) 응답자의 경우 연차 사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차 사용 여부는 직장 분위기가 갈랐는데요.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12.8%는 연차휴가 신청이 회사나 부서에서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중 60%는 회사 측이 밝힌 거부 사유가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 규정한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죠. 이처럼 연차 사용은 제도상 보장되지만, 현실에서는 눈치와 조직 분위기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심지어 근로기준법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직장인은 27%에 불과했습니다. 73%는 해당 법 위반 사실을 모른 채 일하고 있는 셈인데요.
직장갑질119(2023년 조사)에 접수된 휴가 관련 제보는 총 229건. 이 중 연차휴가 제한 사례가 96건(41.9%)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이어 병가 제한(29.3%), 연차수당 미지급(13.1%)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름만 연차일 뿐, 실제론 허락받고 공손히 요청해야 하며, 부당하게 거절당해도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죠.
임시공휴일이 지정돼도, 혹은 지정되지 않아도 ‘연차 사용’과 ‘권장 휴무’로 연휴를 즐기는 이들과 임시공휴일이어도 쉬지 못하는 이들. 법은 같지만, 제도는 다르고, 현실은 더 다른 데요. 연휴 앞 황금을 붙일 수 있는 이들. 한탄처럼 말하는 “노비 노릇도 대감집 노비를 해야 한다”가 더 새겨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