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 우려 속 일본 5대 종합상사는 선방
내수ㆍ배당 기회 두드러지며 '버핏 픽' 재조명
엔화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다시 ‘안전자산’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자 달러 약세가 심화했고, 엔화는 강세 흐름을 탔다. 이에 워런 버핏이 ‘장기 보유’를 선언한 일본 종합상사 주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지난 21일 100엔당 1007.7원을 기록했다. 달러당 엔화는 140엔 수준으로, 엔화 가치는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으로 인한 달러 약세가 엔화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관세 정책에 대한 번복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하며 엔화가 강세를 보였으며, 미·일 통상 협상에서 미국이 엔화에 대해 절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견해가 강세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워런 버핏이 주목한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화가 강세일수록 원자재 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내수 시장에서 기회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금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버핏은 2월 주주 서한에서 버크셔해서웨이가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수십 년 동안 보유할 것이며, 보유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는 3월,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이토추, 마루베니 등 일본 종합상사 지분을 8.09%에서 9.82%로 늘렸다. 2020년 일본 종합상사 지분을 5%씩 사들였다고 공시한 뒤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는 중이다.
버핏은 일본 종합상사가 경기를 타지 않고,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일본 종합상사는 사업으로 단순 상품 중개만 영위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 등 자원 사업에 직접 투자하며 위기를 분산하고 있다. 현재 종합상사의 순이익 중 절반 이상이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한투 일본종합상사TOP5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해 버핏의 투자 흐름을 좇고 있다. 해당 상품은 일본 5대 종합상사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1배로 추종한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한투 일본종합상사TOP5 ETN은 최근 3개월간 1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는 20억 원에 육박했는데, 버핏의 주주 서한이 발표된 2월 22일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면서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일주일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횡보세를 보였다. 일본 종합상사는 대체로 상승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가지수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 영향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며, 미·중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와 전자부품 등의 업종에 타격 불가피해 하방 압력을 확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일본 정책당국이 식료품 등 대상 소비세율 인하 또는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소비세 인상 시 소매판매 규모가 정체됐던 점을 고려하면 세율 인하 시 소비 개선 기대가 가능하다"라며 "전체 주가의 상승 탄력은 약화할 수 있지만, 정책 기대 효과로 내수 업종 주가의 상대적 반등 가능성이 크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