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입사해 지난해까지 6553대 판매
고객의 성향 파악 후 '맞춤형 응대'가 영업비결
“1회 주유 시 1000㎞ 가는 차 팔고 싶어”

김기양 현대자동차 대전지점 영업이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전국 ‘판매왕’에 올랐다. 1991년 입사한 김 이사가 지난해까지 판매한 차량만 6553대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무려 359대를 팔았다. 하루에 한 대가량 판매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 벌써 100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하며 5년 연속 ‘판매왕’ 타이틀에도 가까워지고 있다.
김 이사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등이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뛰고 시간을 더 투자하다 보니 그 노력이 쌓여 1등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의 고객은 대부분 개인 고객이다. 지난해 판매 기록도 법인 판매 없이 오롯이 개인 고객에게 한 대씩 직접 팔아 이룬 성과다. 그는 “지난해 판매한 359대 모두 다 개인에게 한 대, 한 대 판매한 것”이라며 “한 대가 모여 1년에 300~400대가 된다. 차 한 대를 판매하기 위해서라면 고객이 전국 어디에 있든 찾아간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의 차량 주행거리만 봐도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운행 중인 차량은 만 2년도 되지 않아 주행거리 8만㎞를 넘겼다. 한국에서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1만5000㎞ 정도 되는 걸 고려하면 족히 두 세배는 넘는 수치다. 그는 고객이 주문한 차량을 직접 전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검수 작업을 이미 거쳐 나온 차량도 본인이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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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는 “탁송으로 보내면 편하지만, 제가 편하면 고객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며 “고객에 차를 직접 인도해서 작동법을 알려드리고 기본 세팅도 다 해드리고 와야 마음이 편하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김 이사는 영업 핵심전략으로 ‘맞춤형 응대’를 꼽았다. 고객과의 첫 만남부터 전략은 시작된다. 김 이사는 고객을 만나면 성격과 성향을 먼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처음에는 고객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라며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응대가 맞을지 감을 잡는다. 깍듯한 게 오히려 부담스러운 분도 있고, 반대로 예의를 갖춰야 신뢰하는 분도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세심한 접근은 높은 계약 성공률로 이어진다. 고객 세 명을 만나면 한 명 이상은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김 이사에게 차를 구매한 후 지인을 소개해주는 일도 많다. 고객 한 명, 한 명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그의 노력이 새로운 고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김 이사는 “보통 네다섯명의 고객을 만나도 한 대도 계약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저는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지인 소개로 오는 고객이 많은 편인데 고객에 대한 좋은 서비스가 다른 고객으로 연결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30년 넘게 영업 일을 해온 김 이사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모든 고객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겸손해지고, 더 낮은 자세로 응대한다.
김 이사는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고객이 불만을 얘기하면 먼저 사과한다”면서 “제가 대우받으려고 나가는 게 아니라 대우하러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서비스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의 고객층은 매우 다양하다. 나이, 직업,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에 걸쳐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고객 기반은 시장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김 이사는 “경기가 나빠도 타격이 덜한 편”이라며 “고객층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경기를 많이 타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김 이사에게 특별한 애착이 가는 차종은 단연 ‘포터’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포터를 사는 분들은 차를 사서 레저나 여유를 즐기려는 게 아니라 그 차로 먹고 살려는 것”이라며 “차로 먹고 산다는 점이 저의 삶과 비슷해서 포터를 구매하시는 고객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현대차 바보’라고 칭했다. 자신의 영업이 좋아서라기보단 현대차의 제품 자체가 좋아서 고객이 찾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이사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차를 팔면서 제품력과 기술 수준이 압도적으로 발전한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현대차 제품들이 디자인, 기술, 안전 성능, 가격 모든 면에서 수입차를 넘어섰다고 본다”며 “과거 처음 차를 팔았을 때는 포터에 에어컨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물차에도 전방 추돌방지시스템, 차선이탈방지시스템 등 각종 첨단 기능이 적용돼 있다”고 예를 들었다.
영업 일선에 있는 그는 내수 시장이 침체했다는 걸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낀다. 특히 신용도가 낮아 차량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난 걸 보면서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을 바로 체감한다.
김 이사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계약했다가도 신용 등급이 낮아 대출이 나오지 않으니까 해약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차를 사서 무슨 일을 해보려던 젊은 사람들도 차를 못 사는 경우가 많다. 바닥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 차량인 제네시스나 대형차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김 이사는 “경기가 나빠져도 대형차와 제네시스는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하지만 생계형 차나 소형차는 눈에 띄게 판매량이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에게 최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차종을 묻자 ‘하이브리드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내연기관차는 시대에 뒤처지고 전기차는 아직 불안하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들이 구매하는 게 하이브리드차다. 연비도 좋고 화재 위험이나 충전 불편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앞으로 현대차가 더 혁신적인 차량을 선보이길 바라고 있다. 특히 연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량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번 주유하거나 충전하면 1000㎞까지 가는 차, 그런 차를 팔아보고 싶다”며 “연비 좋은 차가 많아져야 환경도 지키고 후손들도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68년생인 그는 현재 퇴직까지 4년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좀 쉬엄쉬엄할 만도 하지만 그는 남은 기간 후회 없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김 이사는 늦어도 오전 6시 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는 주어진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영업이라는 걸 누군가는 하찮게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