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크라 지원 국가에 핵전쟁 위험 재차 상기”
“아직 구형 잠수함 있어 정직한 발언은 아냐”
“지난달 승무원들 만나 ‘평화협상 일축’ 발언 주목”
러시아 크렘린궁이 게재한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주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050년 해군 개발 전략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알렉산드르 모이세예프 해군 총사령관을 비롯해 안톤 알리하노프 산업통상부 장관,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알렉세이 듀민 국무원 서기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해군의 전략 핵전력에서 현대식 무기와 장비 비중이 이미 100%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 지표는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100% 완료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3년 2월 조국 수호의 날 기념 영상에서 그는 “황제 알렉산드르 3세 핵잠수함이 전투 임무에 투입됨에 따라 해군 전략 핵전력의 현대화 무기와 장비 비중이 100%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방부 회의에서 “올해 러시아 핵전력의 현대식 무기 비중이 95%로 높아졌고 해군 전력은 거의 100%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현대화 100%” 발언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경고하는 의도를 품고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프로파간다(선전)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했다.존 이래스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지금의 지원을 계속하면 핵전쟁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며 “‘100%에 도달했다’는 식의 다소 모호한 표현을 선택함으로써 러시아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도 그 전력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위협을 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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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실제 위협과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며 “러시아가 핵 협박으로 전쟁에서 성과를 얻게 된다면 이는 다른 독재국들, 특히 북한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활용하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북한의 핵 위협을 원치 않아 섣불리 핵 카드를 쓰기 어렵다는 의미다.
파벨 바에브 오슬로평화연구소 교수는 “(100%는) 흥미로운 발언”이라면서도 “기술적으로 보면 그 말은 두 척의 구형 전략 잠수함이 퇴역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1년부터 1990년 사이에 건조된 667BDRM급 잠수함 6척이 아직 현역인 점을 볼 때, 이들을 현대적인 무기체계로 분류하긴 어려우므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완전히 정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이런 식의 자화자찬은 서방 전문가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진 못하지만, 일반 대중이나 소셜미디어에선 러시아가 핵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대신 “그가 과거 아르한겔스크 핵잠수함 승무원들과 대화하면서 평화협상 소문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바에브 교수가 언급한 승무원 대화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뤄진 것으로, 당시 푸틴 대통령은 “적대행위의 시작은 우리가 아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쿠데타(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모든 게 시작했고 서방 국가들이 이를 지원했다”며 전쟁 책임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