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입력 2024-05-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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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다꾸부터 폰꾸, 폴꾸, 탑꾸, 백꾸, 신꾸…

요즘 사람들의 가방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키링인데요. 키링 같은 액세서리를 가방에 달아 꾸미는 '백꾸'(백 꾸미기)가 유행 중입니다. 작고 귀여운 아크릴 소재의 키링부터 가방만 한 크기의 인형 키링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사실 '백꾸'뿐 아니라 각종 꾸미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꾸'의 시작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확연히 줄어들었던 당시 각광받던 키워드는 '갓생'이었습니다.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을 합친 말로, 부지런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열중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였죠.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댓 걸'(That girl)이라는 키워드로 자신만의 건강하고 부지런한 루틴을 실천, 공유하는 게 유행했습니다.

'다꾸'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습니다. 거창한 목표는 아니더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계획부터 꾸준히 실천하려는 노력과 기록하는 습관이 맞물리면서 다이어리가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건데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으니, 다이어리를 귀엽고 예쁘게, 또 개성 있게 꾸미려는 이들도 많아졌죠.

이후에도 '폰꾸’(폰 꾸미기), ‘방꾸’(방 꾸미기), ’탑꾸‘(탑로더 꾸미기) 등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취향에 맞게 꾸미는 활동이 놀이 문화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백꾸', '신꾸'(신발 꾸미기) 등 패션 트렌드로도 확장하면서 ‘별다꾸’(별걸 다 꾸미는)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유행을 불렀죠.

▲팬들이 아이돌 멤버의 포토카드를 꾸민 모습. (출처=독자 제공)
▲팬들이 아이돌 멤버의 포토카드를 꾸민 모습. (출처=독자 제공)

'○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탑꾸'…유통업계도 '주시'

가장 대표적인 '○꾸'로는 아이돌 문화의 '탑꾸',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탑로더는 폴리염화비닐(PVC) 재질로 된 카드 크기의 보관함인데요. 주로 포토카드 케이스로 사용됩니다.

Z세대의 아이돌 문화에선 포토카드가 가장 친근한 요소입니다. 포토카드는 앨범을 사면 들어 있는 굿즈 상품부터, 아이돌 멤버가 광고 모델을 맡은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굿즈 상품까지 다양한데요. 보통 아이돌 멤버의 셀카 사진이 들어갑니다. 랜덤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 멤버 구성원에 따라 수많은 구성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에 중고거래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포토카드 판매나 교환 글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게재되곤 하죠.

소중한 포토카드를 고이고이 간직할 수도 있겠지만, 팬들은 이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포토카드를 탑로더에 끼워넣더니, 탑로더 위를 스티커와 파츠, 레진으로 손수 꾸미기 시작한 거죠.

여기에 또 하나의 현상이 더해졌습니다. 바로 다른 팬들과 탑로더를 함께 찍는 '예절샷'이 유행한 건데요. '예절샷'은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포토카드와 함께 음식, 여행지, 일상생활 등 다양한 순간을 담아 찍는 사진을 말합니다. SNS에 해당 사진을 올려 서로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죠.

'탑꾸' 인기가 이어지면서, 라이프스타일숍 브랜드 다이소, 디자인 소품숍 아트박스, 텐바이텐 등은 점포에 '탑꾸' 매대를 개별적으로 마련해놓기도 했습니다. 투명 탑로더부터 슬리브, 보호필름, 포토카드 보관 바인더, 스티커 등 '탑꾸'에 필요한 용품들을 한 곳에 준비한 건데요. 특히 다이소는 '다이소가 아이돌 덕질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탑로더, 포토카드 슬리브, 스티커, 포토 보호 필름 등의 신상품을 매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면서 '탑꾸의 성지'로 떠올랐습니다.

포토카드는 이제 단순한 굿즈를 넘어 기업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팬들의 상품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포토카드의 인기가 이어지는 한, '탑꾸'도 존속할 전망입니다.

▲(출처=뉴진스 공식, 최우식, 퓌 인스타그램)
▲(출처=뉴진스 공식, 최우식, 퓌 인스타그램)

가방도 재미가 필요해!…20년 만에 돌아온 '키링' 열풍

가방에 키링을 다는 유행은 20년여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가방에 키링을 달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초반엔 비교적 얌전한(?) 키링을 달곤 했습니다. 가방 지퍼에 아크릴 키링, 작은 인형 키링을 달고 귀여운 포인트를 줬는데요. 패션플랫폼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지그재그 내 키링 거래액은 무려 600% 증가했다고 합니다. 키링뿐만 아니라 가방 손잡이에 묶는 스카프와 리본 거래액도 각각 194%, 139% 늘었죠.

최근엔 가방보다 큰 크기의 키링을 여러 개 매다는 건 물론이고 체인, 참, 쥬얼리, 선글라스, 심지어는 '화장품'까지 가방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국내 뷰티 브랜드 퓌는 올해 1월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을 열고 ‘립앤치크 푸딩팟’을 구매하면 제품을 소분한 키링을 증정했습니다. 키링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온라인상에는 "키링을 받으려고 본품을 샀다"는 후기가 속출했는데요. 퓌는 이후 오픈한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실버 색상의 키링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역시 증정품을 갖기 위해 본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이어지면서 인기를 입증했죠.

퓌뿐만이 아닙니다. 코스메틱 키링의 주인공 격인 시미헤이즈 뷰티의 미니 립밤 키링부터 어뮤즈의 핸드크림 키링, 탬버린즈의 립밤 키링, 키엘의 스틱밤 키링 등 다양한 상품이 공개됐고 모두 인기를 끌었습니다.

키링이 유행하면서 유통업계는 각종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모남희'와 손잡고 키링, 아이패드 파우치 등을 선보였습니다. 키링은 순식간에 팔려나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붙여 거래되기도 했죠. 또 올리브영 자체브랜드(PB) 웨이크메이크는 '졸리레이드'와 컬래버레이션 하면서 섀도우 팔레트 등 화장품과 키링으로 구성된 기획 세트를 판매한 바 있습니다.

명품업계는 유행에 또 다른 트렌드를 접목했습니다. 미우미우는 2024 봄·여름(S/S)컬렉션 쇼에서 가방 핸들에 팔찌와 체인 등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청바지 같은 옷들을 마구 담아낸 '메시 백'(Messy Bag)을 선보였는데요. '과하다'는 느낌까지 주는 이런 스타일은 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은 헤어 집게, 비즈 키링, 스카프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달고 안에는 스탠리 물병, 셔츠 등을 정신없이 넣어놓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가방을 SNS에서 공개하고 있죠.

▲(출처=세실리아 반센(왼쪽)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세실리아 반센(왼쪽) 인스타그램 캡처)

가질 수 없다면 꾸며라…'신꾸'로 개성 뽐내는 Z세대

여기에 최근엔 '신꾸'도 유행 중입니다. '신발 꾸미기'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서만 5000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같은 운동화더라도 저마다의 취향대로 리본, 비즈, 와펜 등을 달면서 개성을 뽐내는 모습입니다. 신발 끈을 리본으로 대체하면서, 간단하게 발레코어 스타일을 연출할 수도 있죠.

'신꾸' 유행의 중심에는 세실리아 반센과 아식스의 컬래버레이션 운동화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유명 디자이너 세실리아 반센은 아식스와 지속적으로 협업하면서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세실리아 반센과 아식스의 컬래버레이션 운동화는 투박한 어퍼 위에 다양한 장식이 올라가는 게 특징인데요. 지난해 7월 정가 25만9000원에 발매된 한 신발은 최근까지도 100만 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한정판 운동화를 웃돈 주고 사는 대신, 직접 꾸미는 걸 선택했습니다. 꽃 모양 와펜을 붙이고, 진주, 레이스를 활용해서 말이죠. SNS 등지에 공개된 '신꾸' 사진을 보면 개성 넘치는 자태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다이어리와 포토카드부터 가방, 신발까지 별걸 다 꾸미는 '별다꾸'는 Z세대의 트렌드로 단단히 뿌리 내렸습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키워드를 공개하며 “굿즈 소비, 숏폼 콘텐츠 시청 등 요즘 소비자들은 짧고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나만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에 열광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상품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특징에 사회적 가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취향, 가치관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소비가 결합해 '○꾸'는 젊은 세대의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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