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벗어난 ‘코리안 디아스포라’ 성장기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17 16:37 수정 2024-01-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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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방송 최고 권위의 에미 상에서 한국계 수상자의 이름이 연이어 불린 것이죠.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가 연기한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의 트로피를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킨 것입니다. 골든 글로브 3관왕에 이어 에미상까지 한국 출신 제작진의 잇따른 수상은 마치 한국인의 잔칫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TV계의 오스카’로 인정 받는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현업 종사자들의 투표로 이뤄집니다. ‘성난 사람들’의 에미상 석권은 종사자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증명해낸 것인데요. 그간 미국 주류 콘텐츠계에서 ‘변방의 것’으로 취급받던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이제는 미국인들의 안방극장에 녹아든 것입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한국계 배우와 소재를 사용하면 공공연히 ‘흥행 성공 요소’로 인정받는 분위기로 변화한 모양샙니다.

큰 무대에서 들려오는 한국인의 수상 소식은 세계 최대 문화 시장인 미국에서 K-콘텐츠가 작품성, 대중성, 문화산업 관점에서 인정받은 ‘주류’로 들어섰다는 평가를 보여주는데요. 한국 영화와 드라마, K팝이 갑진년 ‘용의 해’에 또 다른 성과를 일궈낼지 주목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출처=AP 연합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출처=AP 연합뉴스
“역사를 만들었다” ‘성난 사람들’ 에미상도 싹쓸이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제목처럼 성이 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운전 도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한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와 에이미(앨리 웡)의 갈등이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은 10부작 블랙 코미디 장르인데요. 이 드라마는 공개 초반부터 한국계 감독과 배우가 연출과 연기를 담당하고 아시아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주연인 대니 조 역할의 스티븐 연뿐만 아니라 대니의 동생 폴로 출연한 영 마지노, 여주인공 에이미의 남편인 일본계 남성 역할을 맡은 조셉 리 역시 한국계입니다.

이 감독은 드라마를 통해 현지에서 자신이 당한 난폭운전 경험담을 토대로 보편적인 현대인들의 분노를 현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감독은 운전 중 백인 남성이 고함을 지르며 경적을 울려대자 감정이 폭발해 따라가 난폭 운전을 했던 경험을 녹여냈다고 하는데요. 한국 이민자를 표현하는 상징을 드라마 곳곳에 넣어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사건을 토대로 ‘분노사회’의 이면을 다뤘습니다.

여기에 동양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담았는데요. 한국계 인물이 다수 등장하고 한국어와 한국 가전 제품, 라면에 김치를 먹는 모습, 영어를 섞어가며 한글을 사용하는 이주민들의 모습 등 한국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처럼 ‘한국 냄새’로 가득한 ‘성난 사람들이’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익숙한 내용들이 나와도 대중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소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류의 영향력이 세계 최대 문화 시장인 미국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로 작용한 것이죠. 이를 두고 미국 NBC방송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연출하고 출연한 작품으로 이 부문에서 처음 수상했는데 역사를 만들었다”고 호평을 전했습니다.

▲이성진(사진 오른쪽) 감독과 스티븐 연이 15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이성진(사진 오른쪽) 감독과 스티븐 연이 15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진격의 K콘텐츠…에미상으로 증명한 ‘진짜 한국 이야기’의 힘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민자를 비롯해 소수인종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미국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는데요.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요즘 할리우드에선 ‘진짜 한국 이야기’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K팝을 통한 마니아적 환호는 미국 한류 시대를 열었고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실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애플TV ‘파친코’ 등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면서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그간 다양성, 특히 아시안에 인색했던 할리우드가 K-콘텐츠 덕분에 한국인 이민자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인데요. 그 배경에는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1)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나리’는 1980년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이 겪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을 이룹니다. 이 작품은 배우 윤여정에게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겼고,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과 미국배우조합상 등 굵직한 시상식에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작 한때 골든 글로브에선 미국 영화인 ‘미나리’가 한국어로 전개된다는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로 오르면서 아시아계 작품 홀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올해 골든 글로브는 심사위원 규모를 기존의 3배로 늘리고 이들의 출신 국가와 성별, 인종을 다양화해 정면 돌파를 택했습니다.

비주류에 머물렀던 한국 이민자들의 작품이 미국 업계를 파고든 데에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으로 변화된 미국 업계의 최근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이와 함께 2020년 오스카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K팝’ 등 K-콘텐츠의 인지도와 친밀도가 높아진 상황 속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K-콘텐츠 사상 최대 수출 행진…‘다양성’ 확보는 과제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서도 생산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K콘텐츠의 인기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해였습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발표한 ‘시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K콘텐츠를 총 37억1000만 시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반기 동안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상위 100위 안에는 한국어 작품이 총 15개 포함됐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방송프로그램의 수출도 늘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수출액은 5억6129만 달러(7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2024년에도 대작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선보일 드라마 중 단연 기대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촬영을 진행했고 12월 초 세트장 공개가 이뤄진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인데요. 시즌 1과 마찬가지로 황동혁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고, 이정재가 주연을 맡아 전작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내용입니다. 2021년 공개된 시즌1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OTT플랫폼의 자본이 K-콘텐츠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제작할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다양해졌지만 일각에서는 K-콘텐츠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근 K-콘텐츠 시장이 확장하면서 불거진 제작비 인상 문제나 특정 플랫폼이 좋아하는 장르로 획일화돼가는 콘텐츠 등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요.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K-컬처의 세계화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중 가요에서는 BTS와 블랙핑크, 앞서 언급한 ‘기생충’,‘오징어 게임’등 경제적 수익으로만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국가 이미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류의 미래가 열렸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다만 특정 플랫폼이 선호하는 장르로 획일화되고 있는 최근 추세는 제2의 한류 대중화를 위한 K-콘텐츠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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