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한전 임직원, 가족 명의로 법인 설립해 '태양광 투잡'"

입력 2023-11-14 14:00 수정 2023-11-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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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증빙서류 위조ㆍ억대 대출 영끌까지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직원 A 씨는 공사 규정상 본인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2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기로 하고, 본인이 직접 태양광발전소 분양업체를 알아보고 계약 금액을 조율한 후 태양광발전소를 계약했다. A 씨는 발전사업비용 중 본인이 개인신용대출로 1억4000만 원을 받아 투자했고, 전력판매수익금 중 일부는 본인 용돈으로 사용하는 등 태양광발전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태양광발전소 시공업체 이사 B 씨는 농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브로커에게 의뢰해 농업인 증빙서류를 위조하고, 해당 위조 서류로 농업인 소형태양광 우대 정책인 '한국형 FIT(Feed in Tariff)'에 참여해 2년간 약 5600만 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 B 씨는 브로커가 "남들 다하는 방법이 있는데 왜 안 하냐. 농지를 임대해 농업인경영체 등록이 가능하다"며 증빙서류인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를 가지고 왔다고 진술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임직원이 본인과 가족 명의를 차용한 태양광 사업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태양광 사업을 영위해온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농업인 우대 혜택으로 태양광발전소 운영 권한을 받은 2만4900여 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30%가 넘는 800여 명이 위조·말소된 등록 서류를 제출하는 등 허위로 등록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14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감사 결과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유도하고, 정부 정책에 편승한 공직자 등의 부조리를 엄단하기 위해 실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업목표와 이행, 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사업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점검했다.

감사원은 먼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5년간 신재생 설비가 빠르게 보급된 점을 고려해 공공·민간의 대규모 사업과 소규모 태양광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제도와 관리감독 소홀을 틈탄 공직자 등의 도덕적 해이 등을 집중 점검했다.

감사 결과, 일부 공직자들이 정부정책에 편승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법·부당하게 영위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이 발전사업 허가 등과 직무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전 등 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직원의 태양광 사업 영위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한전은 2017년부터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를 차용한 태양광 사업도 금지시키고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임직원 182명의 가족이 별도의 신고 없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 중 47명은 징계 이후에도 사업을 재운영하거나 가족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실상 가족 명의를 차용한 본인 사업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공개 내부 정보와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부당 이익을 편취하거나 사적 이해관계 신고 없이 가족 사업 관련 업무를 직접 처리한 사례도 적발됐다.

아울러 태양광 사업과 관련된 8개 기관의 총 251명이 가족 사업 신고, 겸직허가 의무 등 내부규정을 위반하고,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부당 영위하고 있는데도 기관들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은 겸직허가 없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가짜 농업인', '쪼개기' 등 허술한 제도를 틈탄 불법·편법 사례도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7월부터 소형태양광 우대 정책으로 '한국형 FIT'를 한시적(5년)으로 도입하고, 농업인 등은 일반인보다 3배 더 참여(100kW)할 수 있도록 우대하고 있다. 감사원이 농업인 등 자격으로 한국형 FIT에 참여한 2만4909명을 점검한 결과, 총 815명이 브로커 등을 통해 위조·말소된 등록서류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자격 상실 이후에도 FIT에 그대로 참여하는 등 부당하게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FIT 참여자 중 발전소 2349개는 가족들이 동일·인근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 중 95%(2240개)는 인위적으로 용량을 분할해 같은 시기에 발전사업을 허가받아 설치하는 등 우대혜택을 노린 발전용량 편법분할 행태 등이 만연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산업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동일사업자 범위를 민법상 가족으로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하고도 후속 조치 없이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태양광 사업 부당 영위 관련 공직자 240명에 대해 추가조사 후 징계 등 적정조치하도록 하고 가짜 농업인 등 총 815명에 대해서는 계약해지, 등록말소 등 적정한 행정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공직자, 민간사업자 등 49명에 대해서는 고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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