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중복ㆍ전문성 실종"...디지털재단, 혈세만 펑펑 썼다

입력 2023-11-09 16:48 수정 2024-02-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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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80억 예산 디지털재단, 서울시 디지털 사업과 다수 중복
공공데이터 자체 품질 떨어져 관련사업 품질 저하 ‘악순환’

서울시가 세수 감소 여파로 13년 만에 첫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출연기관의 혈세 낭비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연간 출연금만 약 80억 원에 달하는 서울디지털재단이 추진 중인 사업은 서울시와 중복된 경우가 많고, 그조차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데이터 품질 관련 세계 석학은 디지털재단이 가져다 쓰는 공공데이터가 형편없어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은 모두 엉터리라고 우려했다.

9일 본지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동길 서울시의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재단과 시가 추진하고 있는 업무가 상당 부분 겹친다. 재단의 디지털 정책연구, 디지털 약자 역량강화 교육, AI·빅데이터 서비스 연구개발, 공공데이터 활용·분석 지원 등은 시가 이미 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사업과 유사하다. 디지털재단은 서울시로부터 연간 약 8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더 심각한 건 내용 그 자체다. 재단은 연간 예산 7억 원을 들여 ‘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을 운영하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본 설정, 모바일 앱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싱크탱크라는 재단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로봇 활용, 스마트시티 센터, 증강현실 서비스 등과 관련해서도 “전부 하드웨어에 관한 것으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품질 개선을 돕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안 한다”며 “결국 예산 ‘따먹기’에 혈세 낭비”라고 짚었다.

사후 관리도 부실하다. 디지털재단은 2020년 스마트도시 서비스 실증지원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자치구들에 ‘스마트기술’ 관련 서비스를 시범 적용한 후 연구를 통해 개선사항을 도출,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그 중 하나로, 재단은 1억2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개인 이동수단 스마트 보관소’ 사업 시범 운영에 들어가면서 한 업체를 선정했다. 설립된 지 약 1년반 된 업체였는데 국세청 조회 결과, 직원 3명의 해당 기업은 폐업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상용화 관련해서도 재단 측은 “시범 운영 후 자치구가 시스템을 인계받고 운영과 확산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트롤 타워’라는 재단이 예산만 지원하고 사후 평가 및 관리, 서비스 상용화는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재단의 방치 속 해당 사업은 지난 7월 완전 종료됐고, 최근 1인 전동차(PM)의 거리 무단방치는 심각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전문성도 의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인 ‘하수관로 결함 탐지 시스템’은 1억 원을 들여 13개월 연구·개발 끝에 지난 9월 일부 자치구를 상대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별로 하수관을 촬영할 수 있는 CCTV의 영상 화질이 다른데 이걸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판독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했다”며 “사전조사를 통해 다양한 화질에 맞춰서 시스템을 제공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상용화된 ‘건축 공사장 위험 탐지 시스템’은 재단이 연구한 게 아니라 민간에 용역을 맡겼다. 국비 16억을 지원받은 건물변화탐지 AI는 2년째 연구 중이다. 주성환 디지털재단 경영전략실 실장은 “공공데이터를 라벨링하는 작업이 인형에 눈 붙이는 것과 같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분야 최고 권위자인 문 교수는 “그건 아주 허접한 일”이라며 “몇주면 끝난다”고 꼬집었다.

디지털재단이 한땀 한땀 ‘정성’을 쏟고 있는 공공데이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교수에 따르면 서울시 241개 정보시스템에 속한 메타데이터가 220만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진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건 2만 개도 되지 않는다고 문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공공데이터 자체가 ‘쓰레기’이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AI·빅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며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기 전에 해서는 안 되는 사업들로, 혈세 낭비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으로 작년 기준 487억 원을 썼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데이터 품질만 개선해도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진만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은 “사업이 같아 보여도 재단과 시의 역할이 다르다”며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비용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론보도] <"사업중복·전문성 실종"...디지털재단, 혈세만 펑펑 썼다> 관련

본지는 지난 2023년 11월 9일 <"사업중복·전문성 실종"...디지털재단, 혈세만 펑펑 썼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서울디지털재단과 서울시 사업의 중복성을 지적하면서 2020년 '스마트도시 서비스 실증지원 사업'의 사후관리가 부실하며, 품질이 낮은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은 문제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디지털재단은 “재단의 사업은 일부 명칭이 유사할 뿐 서울시 사업과 중복되지 않으며, 2020년 스마트도시 서비스 실증지원 사업의 사후관리 권한은 재단이 아닌 자치구에 있고, 재단은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분석·활용하는 사업을 운영하는 곳으로 데이터 품질 자체를 관리하는 곳이 아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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