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코인ㆍMEXC 국내 불법영업 적발
수사 진척없자, 슬그머니 영업 재개
국내 VASP 사업자와 형평성 논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를 받지 않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의 월간 앱 이용자 수가 평균 8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할 수 없는 선물 거래와 함께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하려는 이용자들로 풀이된다.
6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21만 874명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바이비트는 8만 5815명 △MEXC 5만 6623명 △쿠코인은 4만1741명 △OKX 2만 7444명 순이다.
바이낸스를 포함한 이들 거래소의 평균 MAU는 8만 4500명에 이른다. 글로벌 공룡 바이낸스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거래소의 평균 MAU는 5만 2906명에 이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고팍스의 평균 MAU는 2만 8914명으로, 국내 VASP 인가를 받은 고팍스보다 활성 이용자 수가 많은 셈이다.
이들 거래소는 모두 국내 VASP가 없는 미인가 사업자다. 그중 바이낸스와 OKX 경우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화이트리스트로 등록돼 있다. 트래블룰 화이트리스트는 각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 기준에 따라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한 사업자에게만 송·수신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선정 기준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의 개별적인 고유 위험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반면 쿠코인(KuCoin)과 MEXC는 화이트리스트에 등록이 되어있지 않다. 이 두 곳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미신고 불법 영업행위를 한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는 이 두 곳에 입출금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자, 미인가 거래소 대부분이 슬그머니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그 사이 MEXC는 거래 중이던 코인 선물 상품이 갑자기 사라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인가 사업자 차단 여부를 결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법 기관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심의를 중지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향하는 건 국내에서 할 수 없는 코인 선물 거래가 자유롭고,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거래소간 가격 차)을 이용한 차익 거래를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해외로 향하는 국내 이용자 흐름은 금융당국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FIU가 지난달 발표한 2023 상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해외사업자 또는 개인 지갑 주소로 1회 100만 원 이상 이전된 규모는 총 22조 1000억 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5000억 원 증가했다.
CODE 등 트래블룰 사업자가 솔루션을 연동하는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도 늘어났다. CODE는 올해 OKX, 바이비트 등 7곳의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와 새롭게 트래블룰 솔루션을 연동했다.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 사업자가 늘어날 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가상자산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국내 VASP 사업자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들은 힘들게 VASP를 따고 비용을 들여 AML 제도를 마련하는 등 금융당국 규제에 맞추고 있는데, 미신고 사업자들은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이용자들만 끌어모으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