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서 인류 구한 mRNA연구,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이유

입력 2023-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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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4차 접종 대상자가 기존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에서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된 13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있다. 새로 추가된 4차 접종 대상자에 대한 접종은 오는 18일 시작될 예정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4차 접종 대상자가 기존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에서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된 13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있다. 새로 추가된 4차 접종 대상자에 대한 접종은 오는 18일 시작될 예정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건강 위기 중 하나인 코로나19의 변혁적인 발전에 기여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헝가리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BioNTEC) 수석부사장(세게드대학 교수), 미국 드류 와이스먼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다.

두 연구자는 인류가 전 세계에 몰아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서 탈출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을 안았다.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전령 RNA(messenger RNA, mRNA)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이 수행한 연구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기초가 됐고,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을 이겨내도록 했다. 노벨위원회는 빠른 백신 개발과 도입으로 전 세계에서 130억 회 이상 접종이 이뤄졌고, 수맥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출처=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출처=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기준으로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을 시작으로 홍콩과 중국에서 빠르게 환자가 늘었고,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사스와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공식 발표했고, WHO는 1월 30일 국제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고, 2월 11일 COVID-19(SARS-CoV-2)로 명명했다.

이후 중국과 한국, 일본을 시작으로 2020년 봄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며, 인류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 넣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었다. 직장과 상점은 문을 닫았고,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했다.

인류에 닥친 팬데믹 위기의 돌파구는 2020년 12월 mRNA에 기반한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서 마련됐다. 이후 다양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서 전 세계는 일상을 회복했다. 이후 WHO는 코로나19 국제보건규칙 긴급위원회 결정을 수용해 코로나19 발생 3년 4개월여만인 올해 5월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를 해제했다.

통계제공 웹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3일(GMT 01시31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6억9649만명, 사망자 수는 692만5484명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양성자(표본) 감시현황(8월31일 기준)에 따르면 누적확진자는 3457만1873명, 누적 사망자는 3만5934명이다. 이날까지 국내에서 종류와 관계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1·2차) 인원은 4426만2414명(10월10일 기준)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mRNA 연구,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탈출 신호탄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의 연구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빠른 시간 내에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근거가 됐다. 이들이 연구해 온 전령RNA는 DNA로부터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유전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단백질이 생산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정보로 코딩된 mRNA가 인체의 세포 내로 들어가면 원하는 단백질이 생성될 수 있다.

배성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문제는 mRNA가 매우 불안정한 물질인 동시에, 의도치 않게 강한 선천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임상적 응용에 제약이 있었다”면서 “카탈린 카티코 수석부사장과 드류 와이스먼 연구팀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를 이용 mRNA를 합성해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이 증가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고 평가했다. 즉 배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mRNA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된 것은 이러한 mRNA 변형 기술의 응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것은 뉴클레오사이드 염기 변형에 관한 두 연구자들의 발견이라며,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효과적인 mRNA 백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엔데믹을 이끈 mRNA 연구, 그리고 노벨 생리의학상 영예

드류 와이스먼 교수와 카탈린 카리코 부사장에 대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의미는 ‘감염병 위기에서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역할’이란 점에서 남다르다. 특히 기존 노벨 생리의학상은 수십년동안 검증된 연구 성과와 해당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던 관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리코 부사장은 헝가리 세게드대학에서 생물학과 생화학을 전공했고,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생물학연구센터를 거쳐 1985년 미국 펜셀베이니아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와이스먼 교수는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보스턴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연구자는 1997년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에서 만나 지난 30여년 동안 mRNA 연구에 매진해 왔다.

와이스먼 교수와 카리코 부사장은 2008년 mRNA를 변형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mRNA를 지질 나노입자로 포장하는 전달 기술을 개발해 mRNA를 신체의 필요 부위에 도달시켜 면역 반응을 촉발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성과에 기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다.

특히 와이스먼 교수와 카리코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특별고문 토어 고달 박사와 함께 백신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박만훈상’ 초대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주최하는 ‘박만훈상’은 국내 세포배양 백신의 선구자인 고(故) 박만훈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의 업적을 기리고, 백신업계에서 의미있는 공적을 세운 연구자 및 단체를 시상하고자 2021년 신설됐다.

지난해 박만훈상 수상 당시 카리코 박사는 “mRNA백신 기술의 성공은 혁신의 힘과 끈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과학자로서 평생을 연구에 매진한 결과 수백 만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 개발에 기여했고 그 기술이 미래에 더욱 큰 쓰임을 가질 것이란 기대로 기쁘다”고 말했다. 또 와이스먼 교수는 “mRNA백신이 코로나19를 넘어 암세포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박만훈상을 수상한 드류 와이스만 교수(왼쪽), 카탈린 카리코 교수(가운데), 토어 고달 박사 (사진제공=SK바이오팜)
▲박만훈상을 수상한 드류 와이스만 교수(왼쪽), 카탈린 카리코 교수(가운데), 토어 고달 박사 (사진제공=SK바이오팜)

◇진화하는 mRNA, 암(癌) 백신과 맞춤형 백신 개발까지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의 mRNA 기술은 신종 감염병은 물론 암 극복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mRNA 백신으로 코로나19 돌파구를 열었던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mRNA 기반 새 치료제를 임상시험 중에 있고, 암재발 위험을 44%나 낮췄다고 보고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흑색종에 효능이 좋은 키트루다에 비해 추가로 효능을 더했기에 더욱 주목 받았다”며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선 mRNA를 활용한 암백신 개발에 뛰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라면서 “이러한 과정이 성공하면 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때 경험처럼 백신은 몸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데, 암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으면 재발을 막을 뿐 아니라 나아가 암을 예방하는 단계에도 이를 수 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mRNA 암백신은 개발이 빠른 장점으로 맞춤형 백신개발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 이세훈 교수는 최정균 KAIST(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올해 네이처 제네틱스에 항암백신 개발의 난제로 꼽히는 면역 반응성이 있는 신생항원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구축하고, 항암 반응성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하도록 제역할을 할 수 있는 항원을 골라낼 수 있도록 했다. mRNA백신이 암세포를 향해 정확한 타겟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은 셈이다. 앞으로 암백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연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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