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08년 그 해, 그리고 IFA 2023

입력 2023-09-03 18:21 수정 2023-09-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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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쓴 칼럼이 생각난다. 제목은 ‘부러운 화웨이의 열정’ 정도로 기억한다. 당시 해외 전시회에서 만난 대기업 한 임원의 목격담을 토대로 썼던 글이다.

칼럼 내용은 전시 부스의 칸막이 뒤편에서 50여 명의 화웨이 직원들이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에서 10년 전 자신(혹은 우리 기업)을 봤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가졌던 열정을 10년 뒤 중국 기업에서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화웨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그에 앞서 기자는 2000년대 초·중반, 선전에 있는 중국 화웨이 본사를 두 번 방문했다. 당시 화웨이가 노트북에 꽂아 사용하는 무선데이터 통신용 ‘동글(USB 장치)’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나는 건 개념도만 존재했던 각종 이동통신 시스템이다. 아마도 시점상 3세대(3G)나 3.5세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휴대전화로 승승장구하던 때라 큰 감흥은 없었다. 이듬해 해외 전시회에서 방문했던 화웨이 전시 부스에도 비슷한 개념도만 선보였다. 2~3년 후 실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로드맵과 함께.

당시 화웨이의 개념도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조롱 섞인 비웃음이 컸던 것 같다. 기자도 그랬다. 그런데 몇 년 뒤 전시회에서 만난 화웨이는 달랐다. 정말 그때 개념도를 전부 제품으로 만들어 왔다. 오히려 로드맵보다 시기를 빠르게 앞당겨 가져왔다.

그 후 화웨이는 통신 장비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갔다. 세계 1등 통신장비 업체가 되는데 불과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독일 베를린에서는 세계 3대 IT 전시회 중 하나인 ‘IFA 2023’이 열리고 있다. 올해 IFA에는 총 2059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93개가 중국 기업이라고 한다. 한국 174개보다 7배, 미국 61개보다 20배 이상 많다.

전시 제품도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들은 품질이 떨어지지만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가전사업을 했지만, 올해 IFA에선 프리미엄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한다. LCD분야는 이미 중국이 앞서 있다는 분석도 있다. LCD는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철수하고 있는 분야이고, 국내 기업들은 OLED 등 하이엔드 제품에서 경쟁력을 자신하지만,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전시, 특히 IFA 참여는 매년 축소되고 있다.

이미 인지도와 제품력 면에서 굳이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쟁 우위를 가졌기 때문일 수 있다. 또는 참여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IFA보다는 CES나 MWC처럼 더 큰 전시회에 주력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업체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만큼 보여줄 게 없기 때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 벌어지는 국제 역학구도 변화나 중국 내 경제상황의 여파로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중국의 성장동력이 꺼졌다고 보는 이는 없다. 중국의 퇴보보다는 연이어 달과 태양으로 우주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인도 등 새로운 경쟁상대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보다 더 큰 규모로 전시회에 참여하기는 어렵겠지만, 여전히 그들보다 더 큰 열정을 가질 수는 있다.

이번 IFA 2023 전시회에서도 그 열정이 발휘되기를, 그리고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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