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제로(0) 머지않았다"…건설 현장도 로봇 시대 '성큼'

입력 2023-04-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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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 있기도 힘든 더위 한여름, 복합개발사업이 진행될 넓은 공터를 네발 달린 로봇이 혼자 부지런히 누비며 측량을 한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회색 외벽을 빠르게 흰색으로 바꾸며 내려오는 기계가 보이고 그 안쪽에는 로봇이 연신 천장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다. 다른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한 뼘 남짓한 로봇이 사람은 드나들기 힘든 좁고 밀폐된 곳의 작업 상태를 확인하는 중이다.

▲㈜한화 건설부문 직원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로봇개를 활용해 부지를 측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 직원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로봇개를 활용해 부지를 측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건설부문)

로봇이 공사 준비와 작업을 하고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로봇 시대의 본격화는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제로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사고위험이 있는 작업을 도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거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건설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운영을 준비 중인 것은 일명 '로봇개'로 불리는 사족보행 로봇이다. ㈜한화 건설 부문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공사현장에 3D 스캐너를 탑재한 로봇개를 투입했다. 철도 등의 보안시설이 인접해 인원 출입이 제한되고 안전상으로도 로봇이 들어가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GS건설도 사족보행 로봇을 시험 운용 중이다. 올해까지 레이저 스캐너, 고화질 카메라 등을 부착해 실증하고 내년부터는 건설 현장에 본격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로봇개를 현장에 적극적으로 투입할 생각이다.

건설사들이 사족보행 로봇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과 달리 네발을 이용하는 로봇은 이동의 제약이 없다. 계단이나 험한 길, 좁은 곳도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를 다양하게 부착할 수 있다. 3D 스캐너, 카메라와 CCTV, 온도·습도·산소농도·먼지·소음·화재 감지 등의 센서 등을 필요에 따라 부착하면 기본적인 안전관리는 물론이고 현장 기록, 자재 관리와 같은 역할이 가능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밀폐·협소 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구 점검 로봇'도 개발했다. 높이와 길이, 너비가 각각 25~30cm가량인 이 로봇은 작업자의 보행 속도 수준인 시속 3km로 움직이면서 산소·유해가스를 측정하고 작업자를 모니터링한다. 작업자의 상황을 즉시 알 수 있어 밀폐공간에서 발생하는 질식사고 등을 막을 수 있다.

▲공동구 점검 로봇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공동구 점검 로봇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1년 엑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을 상용화했다. 이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약 10kg의 상부 패널을 설치한다. 주로 반도체 공장 클린룸이나 데이터센터 전산실에 도입되는 액세스 플로어는 바닥으로부터 최대 6m 이상 높이에 시공하는 때도 있어 작업자의 추락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삼성물산은 앵커 시공 로봇, 드릴 타공 로봇 등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앵커 시공, 드릴 타공, 내화뿜칠은 천장이나 벽체 상부에서 작업자가 불완전한 자세 작업해야 돼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외벽도장로봇과 바닥미장로봇을 개발해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 등의 현장에서 테스트를 마쳤고 실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외벽도장로봇은 건물에 설치된 와이어를 따라 수직으로 움직이면서 작업을 하는 데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추락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작업 속도는 사람보다 3배 빠르다. 미장로봇은 평탄화 작업이 필요한 부분만 정밀 식별해 자동으로 작업하는 데 품질을 높여 완공 후 물류창고 등에서의 주행 사고를 막고 아파트의 층간소음도 줄인다.

▲현대건설의 인공지능 안전 로봇 스팟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의 인공지능 안전 로봇 스팟 (사진제공=현대건설)

이같은 로봇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건설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동맹을 맺고 사업 확장에 나선다. 지난 11일 두 회사는 ‘건설 로봇 분야 Eco-System 구축 및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건설 로봇 분야 생태계 구축 및 확대 △안전 및 생산성 분야 로봇 공동 연구 개발 △개발 로봇의 상호 현장 적용 추진 및 주요 행사 공동 개최 등 건설 로봇의 기술 경쟁력 제고와 산업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각자 개발한 로봇을 상호 현장에 적용하는 등 로봇 활용성 확대를 위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공동 관심사인 안전 특화 로봇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로봇은 위험 작업을 대신해 사고를 줄이고 균일한 작업으로 품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의 로봇 도입은 조만간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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