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미국서 멘솔 담배 퇴출...글로벌 담배 투쟁사

입력 2022-04-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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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흡연자 중 3분의 1이 멘솔 담배 피워
중독성 높고 끊기 힘들어
오랜기간 추진됐지만 담배업계 로비에 번번히 무산
흑인 흡연자 81%가 멘솔 피워...금지 규제 인종 차별 논란도

▲말보로 멘솔 담배. AFP연합뉴스
▲말보로 멘솔 담배. AFP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년 넘게 해묵은 찬반양론을 뒤로하고 멘솔(박하향) 담배와 각종 향이 첨가된 가향 담배 판매 금지에 본격 착수한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DA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멘솔 담배와 가향 시가류 판매 금지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4월 이들 제품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1년 만이다. 보건 당국은 단계적 판매 제한과 계도 기간 등을 거쳐 2023년 최종 규제안을 발표, 2024년 이후에는 전면 판매 금지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멘솔 담배 퇴출은 담배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멘솔 담배 연간 매출은 200억 달러에 달한다. FDA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멘솔 담배를 피우는 미국의 12세 이상 흡연자는 1850만 명으로, 미국 전체 흡연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WSJ은 FDA가 2009년 담배 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게 된 이후 담배 산업에 취한 가장 큰 조치라고 평가했다.

담배에 멘솔 등 향이 첨가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부터다. FDA는 멘솔은 특유의 향 때문에 담배에 첨가하면 자극과 저항감을 줄여 흡연을 부추길 수 있고, 특히 미성년자와 젊은 성인층을 흡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멘솔 담배 흡연자 비율은 2005년 30.5%에서 2020년 43%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박하향 감미료는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니코틴 의존을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매사추세츠주 웨드민스터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웨드민스터/AP뉴시스
▲매사추세츠주 웨드민스터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웨드민스터/AP뉴시스

멘솔 담배 판매 금지는 20년 넘게 추진돼왔다. 특히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가족 흡연 예방 및 담배 규제법' 통과되면서 FDA에 담배 산업 관련 법안이 부여됐지만 멘솔 담배 규제가 추진되지 못했다. 담배 업계의 거센 반발과 로비 활동이 규제 추진을 가로막았다.

이후 2013년 FDA는 멘솔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이 더 크고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이 역시 규제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었던 2017년 FDA는 다시 멘솔 담배 금지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지지를 모색했으나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하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탄력을 받게 됐다.

업계 반발은 거세다. WSJ에 따르면 최소 2곳의 담배 업체가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본격적인 멘솔 담배 금지 시행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담배 업체 알트리아와 레이놀즈는 멘솔 담배 금지 조치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마약 사용 및 건강에 대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멘솔 담배 흡연자 중 흑인은 81%에 달하며 백인은 30%에 그친다. 이 때문에 멘솔 담배 규제가 인종 문제로도 인식돼 왔다.

이에 레이놀즈 등 담배 업체들은 유명 흑인 인권 단체의 멘솔 담배 금지 반대 운동을 지원했다. 이들은 멘솔 담배 금지가 담배 암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찰이 흑인 흡연자를 인종적으로 프로파일링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빌리 기포드 알트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이제까지 역사를 통틀어 금지법은 효과가 없었다"면서 "연방 규제 기관은 흡연자들이 전자 담배와 같은 저위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 대행은 "멘솔 담배 금지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유색인종, 저소득층, 성 소수자 커뮤니티가 경험하는 건강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결정이 멘솔 담배를 피우는 개인이 아니라 제조업체와 이를 판매하는 업체에 관한 것"이라면서 "이 규제는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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