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10조 넘보는 치킨 시장...'치느님' 3만원 시대 올까

입력 2022-04-01 16:41 수정 2022-04-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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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햄버거, 피자…소비자 입맛을 현혹하는 수많은 패스트푸드 중 황제는 누구일까요? 단연 치킨입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고난의 행군' 시절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우리네 아버지들이 치킨집을 차리며 급속도로 몸집이 불어난 치킨 시장은 이후 단 한 번도 왕좌를 넘긴 적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피자, 햄버거의 국내 시장 규모가 각각 1~2조 원 대, 3조 원대(지난해 기준)인데 비해 치킨은 9조 원에 이르죠. 당장 내년에는 1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하니 치킨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합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연합뉴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연합뉴스)
'치느님'을 건드린 분이 계십니다. 치킨공화국의 선두주자 제너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주요 치킨 업체들이 일제히 치킨 가격을 올리며 치킨 2만 원 시대가 열린 가운데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은 되어야 한다"라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발언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삼겹살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가격을 비교할때 육계값이 낮게 매겨지는 점, 원자잿값, 마케팅 비용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죠. "감히 치느님을 건드리다니!" 소비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결국, BBQ 측은 "당분간 치킨값 인상은 없다"라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 된듯해 보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치킨 가격에 분노하는 걸까요? 치킨은 라면과 함께 대표적인 '국민 음식'으로 꼽힙니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 손에 들린 '통닭'의 추억은 애환과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죠. 다른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올라도 유독 치킨을 비롯한 라면 짜장면 등의 제품 가격 인상에 저항심리가 큰 이유입니다. 국가가 관리하기도 하죠. 실제 라면의 경우 인상 전 암암리에(?) 식품 제조업체, 소비자 단체, 정부 유관단체 등이 모여 올리냐 마느냐를 심각하게 토론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외식 먹거리 가격을 매 주마다 공개하는 '외식 가격 공표제'를 실시해 일부에서 반발을 사기도 했죠.

치킨이 처음부터 서민 음식이었던 건 아닙니다. 아버지 손에 들린 통닭의 추억은 사실 일부 중산층들의 추억에 불과합니다.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 치킨으로 꼽히는 '림스치킨'을 비롯한 당시 치킨은 1970년대 물가나 임금 수준을 따져봤을 때 일당과 맞먹는 제법 비싼 음식이었습니다.

▲교촌치킨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교촌치킨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치킨이 지금처럼 대중화한 데엔 육계의 산업화, 밀가루, 식용유 등 각종 원자재 등의 대량생산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산업에 의해 서민 음식으로 철저히 선택되고, 대중화한 먹거리가 바로 치킨인 셈입니다.

'서민화'된 치킨의 현대 산업구조는 어떤 모습일까요. 치킨 산업에 얽힌 이해관계자는 크게 육계, 도계업체, 본사, 가맹점주로 나뉩니다. 이 중 본사는 적어도 치킨 산업구조에서 최약자는 아닌 듯합니다. BBQ는 2020년 별도기준 매출액 약 3200억 원과 영업이익 53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비 약 31.3%와 104.7% 증가한 규모죠. 같은 기간 bhc치킨의 영업이익률은 30%대에 달합니다.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교촌에프앤비는 2020년 매출 4476억원에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5000억 원을 넘기는 등 코로나19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주요 치킨 3사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고 비상 중입니다.

반면 '치킨집 사장님'들은 죽을 맛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형성 요인으로는 크게 염지한 닭값, 식용유, 밀가루 파우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치킨을 튀기고 만드는 데 필수품들이죠. 그런데 이들 품목이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굽네치킨은 4월 1일부터 가맹점에 납품하는 북채(닭다리), 날개 등 부분육 공급가를 평균 1300원 올린다고 공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글로벌 물류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밀가루, 식용유 가격도 폭등하고 있죠. 심지어 치킨의 '영혼의 동반자' 맥주 등 주류가격도 줄줄이 올랐습니다.

▲서울 시내 한 bhc 매장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 한 bhc 매장 모습. (뉴시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대행사들의 배달 수수료도 뛰었습니다. 코로나19에 힘입어 각종 냉동 치킨 가정간편식(HMR)의 등장도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이 모든 악재에 더해 본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재룟값 등의 협상력, 유통마진도 부담입니다.

당장 굽네치킨도 부분육 공급가는 올리면서 소비자가는 고정했죠. 가맹점주의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는 겁니다. 최근 일부 가맹점주와 한국육계협회가 공개한 치킨 원가 자료에 따르면 치킨 소비자가 2만원 중 본사에 지불하는 금액(육계, 기름값, 포장재 등)은 대략 1만 원대, 배달 관련 비용 4000~5000원,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사장님들 손에 남는 건 2000~3000원 남짓인 겁니다.

결국 치킨 사장님은 어딜 가든 등 터지는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가맹본사와 배달플랫폼 가격 인상 압박과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 틈바구니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이번 윤 회장의 '치킨 3만 원' 발언이 공분을 낳은 점도 이런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본사의 매출, 영업이익률은 양호하단 점엔 침묵하면서도 정작 치킨가격 논쟁에선 슬그머니 빠져버리면서 소비자들과 치킨 사장님들 간 입씨름으로 전가된 겁니다.

'치킨 3만 원' 논쟁은 몇 가지 해묵은 사실을 재확인시켜 줬습니다. "치킨은 무조건 싸야 해!"라는 굳건한 믿음은 치킨집 사장님들의 얼마간의 희생에 의해 지탱되고 있단 점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치킨 가격 올리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가격인상 그 자체보다는 본부와 가맹점간 수익구조 개선, 배달료 산정 투명화 등에 초점을 맞춘 좀 더 똑똑한 분노를 하자는 거죠.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힘은 지갑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는 우리 소비자들에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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