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중의원 선거, 예상 외의 자민당 압승

입력 2021-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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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10월 31일 일본에서는 중의원(하원) 선거가 치러졌다. 개표결과는 11월 1일 오전 7시경에 확정되었다. 결과는 자민당이 중의원 465석 중 단독으로 261석을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중의원선거에서 투표소는 전국에 약 1만7000개 설치되었는데 그중 3분의 1 정도가 1~2시간 정도 일찍 투표를 마쳤다. 지장이 없는 경우 그렇게 규정보다 빨리 투표를 마무리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규슈의 미야자키현의 어느 투표소는 오후 4시에 투표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투표율은 56% 정도였고 이는 1945년 이후 3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먼저 중의원 선거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기로 한다. 일본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이라는 양원제이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중의원이 미국의 하원에 해당된다. 중의원은 총리가 해산하거나 4년 임기가 만료되면 선거를 해야 하는데 이번엔 임기만료 직전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해산을 선언하여 중의원 선거로 돌입했다. 전체 465석을 다투는 선거였고 그중 소선거구에서 289석, 비례대표로 176석이 배분돼 있다.

기시다가 총리에 오른 지 한 달도 안 된 가운데 실시한 이례적인 선거였고 당초 자민당의 고전이 예상됐다. 기시다 총리는 카리스마가 없는 사람이고 자신이 약속한 여러 가지 공약을 벌써 어기는 말을 하기 시작해서 일본 사회에서는 기시다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 마디로 인기 없는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과반수를 얻는 것은 미묘한 상황이라는 보도가 주류였다.

그런데 자민당은 종전보다 15석이 감소했지만, 과반수인 233석을 여유 있게 넘어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했다. ‘절대 안정 다수’란 중의원에 있는 17개 소위원회 모두에서 위원장을 배출하고 나아가 각 위원회 위원들도 자민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의석수를 말한다.

그런데 장관 경험이 있는 자민당 거물들의 낙선이 잇달아 전해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자민당 간사장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의 낙선이었다. 자민당의 사실상 당수 역할을 하는 간사장에 임명된 사람이 아마리였는데 소선거구에서 낙선했다. 현직 간사장이 낙선한 것은 1945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 스캔들 문제나 TV 등을 통해 보인 그의 오만한 태도가 화근이 된 것이다.

아마리는 소선거구에서 낙선했지만, 비례대표에도 명단을 올렸기 때문에 비례대표로 부활 당선했다. 일본에서는 비례대표 명단 상위에 이름을 올리면 소선거구에서 낙선해도 패자 부활이 가능하다. 특히 정계 원로들이 그런 방법으로 변칙적으로 당선됐다. 한국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제도다. 그렇지만 소선거구에서 패배하면 발언력은 크게 떨어진다. 아마리는 책임을 지고 간사장에서 사퇴했고 후임으로 그동안 외상을 지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가 자민당 새 간사장으로 임명됐다.

다른 당들이 얻은 의석수를 보면 자민당의 연립여당 공명당은 의석수를 3개 늘려서 32석을 얻었다. 공명당의 모체가 불교 종교단체이므로 조직표를 기대할 수 있어 공명당은 항상 30석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으로는 합계 294석이 됐다.

야당 제1당인 입헌민주당은 선거전까지는 110석이었는데 결과는 96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들었다. 입헌민주당은 후보 단일화 효과로 소선거구에서는 의석수를 늘렸지만, 비례대표에서 의석이 감소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가 됐다. 일본공산당도 의석을 2개 잃어서 10석이 되었다.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이 야당 후보 단일화의 중심이었으나 단일화가 역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후보 단일화와 관계가 없는 보수 야당 일본유신회는 의석수를 4배 정도로 늘렸다. 11석을 41석으로 만든 것이다.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양쪽을 싫어하는 국민이 일본유신회에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보수적인 국민민주당은 의석을 3석 늘려서 11석, 국민적 인기가 있는 야마모토 다로가 이끄는 레이와신선조는 비례대표에서 3석을 얻었다. 사민당은 1석을 유지했다.

이번 선거는 일본유신회를 뺀 나머지 야당들이 289개 소선거구 중 75%에 달하는 217개 소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실현했다. 각 선거구에서 야당 후보들이 같은 선거공약에 합의해서 후보를 단일화한 것이다. 그 효과로 자민당 후보와 야당 후보가 접전인 소선거구는 105개 정도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 연합의 예기치 못한 참패였다. 내용을 보면 접전지역은 어느 정도 야당 후보들이 제압했지만, 비례대표에는 자민당을 찍은 국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전의 화제로서는 오사카에서 자민당 전 간사장이 야당 후보를 응원 유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자민당의 야마자키 타쿠(山崎拓) 전 간사장이 입헌민주당 부대표인 쓰지모토 기요미 후보를 거리에 나가서 응원연설을 했다. 쓰지모토 의원은 자민당 비리를 날카롭게 추궁하는 여성 의원으로 입헌민주당의 대표적 의원이다. 야마자키 전 간사장은 2012년 은퇴하여 현재 84세의 고령이지만 아직 영향력을 지닌 거물이다. 그러므로 왜 야당 후보를 응원하는지 자민당 중앙에 많은 항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야마자키 전 간사장은 “소선거구에서는 쓰지모토 씨에 투표하시고 비례는 자민당에”라고 하면서 응원연설을 했는데 자민당 측에서는 상당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런데 결과는 쓰지모토 의원이 일본유신회 후보에 밀려 낙선했고 비례에서도 낙선되는 결과가 됐다.

그리고 도쿄 스기나미구는 선거구로서는 도쿄8구인데 거기는 이시하라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의원이 강한 지역이었고 이시하라 의원은 도쿄8구에서 10번 연속으로 당선되었다. 그런데 이번 야당 후보 단일화로 이시하라 왕국이 무너졌고 입헌민주당 요시다 하루미(吉田はるみ)가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야당의 후보 단일화가 성공한 모델 사례가 됐다.

이번 선거 결과로 개헌세력은 345석이 되어 개헌 라인인 중의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인 310석을 훨씬 많이 웃돌게 됐다. 개헌 세력이란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을 뜻한다. 다만 공명당은 연립여당이지만 개헌에 비판적인데 공명당을 빼더라도 313석이 돼 여전히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의원 수를 확보하게 됐다. 내년 7월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세력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하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숙원인 개헌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도 자신의 임기 내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벌써 내년 참의원 선거 이야기가 나와 있는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기시다 내각의 승리가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안정된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 입장이 된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한국 측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의지가 있으므로 앞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언급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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