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英·佛도 포기한 탈원전 독주 멈춰야

입력 2021-10-20 05:00 수정 2021-10-20 06:13

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탈원전에 앞장섰던 국가들이 속속 유턴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에너지 대란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원자력 발전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전은 어떤 에너지원보다 경제적이고, 구조적으로 안전하다. 핵심 정책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다. 각국이 원전으로 복귀하는 이유다.

세계 2위 원전국인 프랑스는 소형 원자로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우리는 앞으로도 원자력 기술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며 “새로운 원자력 프로젝트에 신속히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은 ‘프랑스 2030 프로젝트’를 통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원전투자에 10억 유로(1조3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원전비중을 75%에서 50%까지 낮추고 오래된 원전 14기를 폐쇄하겠다는 4년 전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탈원전 선봉에 섰던 영국도 돌아섰다. 롤스로이스컨소시엄이 주도하는 SMR 개발 투자를 늘리고 중단됐던 북웨일스의 윌파 원전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해온 일본에서도 소형 원전 건설 문제가 공론화하고 있다. UAE와 체코, 이집트는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 담당 장관 16명은 지난주 원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공동 기고문을 유럽 각국 신문에 게재했다. 이들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에서 원전은 기후변화 대처에 있어 최고의 무기”라며 “에너지 수요를 지속적으로 충족하려면 원자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도 핵심 역할을 하나 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발전원이 필요하다”며 “60년이 넘도록 유럽 원전 산업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왔다”고 말했다. 탈석탄 사회로 가기 위해 원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얘기다. 원전산업으로 유럽에서 100만 명의 숙련직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모델로 알려진 대만은 일찌감치 유턴했다.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핵심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심각한 전력난에 두손을 들었다. 공약 파기에 따른 민심 악화에도 원전 2기의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마당에 유독 문재인 정부만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원전 비중을 되레 줄이기로 했다. 원전 유턴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지 오래다. 월성 원전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은 정권의 탈원전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다. 쓸 만한 원전을 억지로 폐쇄하고, 계획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느라 이미 수조 원이 날아갔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됐다.

탈원전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우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탄소중립과 탈원전은 양립할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을 아무리 늘려도 경제적 기술적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기후여건에 따라 공급이 둘쭉날쭉한 데다 저장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려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원전은 탄소중립 정책과도 궁합이 맞는다. 탄소배출이 사실상 0이다. 어떤 에너지원보다 경제성이 높다. 끊임없는 논란에 안전성은 극대화된 상태다. 탄소 제로의 안정적인 에너지 원으로 원전만 한 게 없다.

무엇보다 원전은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이다. 경쟁력을 포기할 게 아니라 더 키워야 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기업가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SMR를 건설하기로 한 마당이다. SMR는 안정성이 높아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SMR에서 한국은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따낸 최선두 국가다. 탈원전 기조로 이런 최고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우수 인력이 속속 떠나는 현실이다. 한국에서 위험해 짓지 않겠다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 지어 준다는 건 비상식적이다. 그런 논리가 먹히겠나. 자칫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스럽다.

원전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우리는 3면이 바다라 전력이 부족해도 유럽처럼 옆 나라서 사올 수 없다. 자급은 필수다. 원전산업이 붕괴되면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한 핵기술과 인력 기반도 사라질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속도를 조절하라는 것이다. 선진 각국이 바보라서 원전으로 유턴하는 게 아니다. 언제까지 실익 없는 독주를 계속할 것인가.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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