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2.0%를 웃돌았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개인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다. 다음 달에도 추석 명절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물가 자극 요인으로 인해 상승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은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29(2015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5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도는 상승률이다. 상승 폭은 지난달(2.6%)과 같지만, 2% 이상의 상승률이 5개월 연속으로 지속된 경우는 2017년 1월~5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각각 1.8%, 1.3% 올랐다. 근원물가와 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각각 2017년 7, 8월 이후, 201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3.4% 상승했다.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생활물가지수는 5월(3.3%), 6월(3.0%), 7월(3.4%)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4.1%로 전월(7.3%)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개인서비스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농산물(7.1%)과 축산물(12.5%), 개인서비스(2.7%)가 오름세를 이어간 가운데, 석유류(21.6%)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해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2.8%)과 외식 외 물가(2.7%)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달걀(54.6%), 수박(38.1%), 시금치(35.5%)에서 상승률이 높았다. 달걀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 영향으로 달걀을 낳을 수 있는 닭들이 부족한 데 비해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연이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산란계 마릿수 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상승 폭도 둔화하고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공업제품도 휘발유(20.8), 경유(23.5), 자동차용LPG(25.3) 등을 중심으로 3.2% 오르면서 상승 폭이 컸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2012년 5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집세는 1.6% 오르면서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월세 역시 0.9% 올라 2014년 7월(0.9%)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전세도 2.2%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2%를 상회하며 예상보다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인서비스 가격 등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측면 상승 압력이 예상대로 컸지만,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 측면 상승 요인이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한편, 9월 이후에도 소비자물가의 오름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확대 요인인 추석 명절이 있고,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 원씩 받는 5차 재난지원금(상생국민지원금) 지급이 6일부터 시작돼서다.
어 심의관은 "가을장마가 길어지는 날씨 요인도 있고, 명절이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계속 상승하는 등 수요 측면 상승 확률이 높다"며 "기저 효과가 다소 약화할 것이고, 농·축·수산물도 기대보다 느리긴 하지만 좀 둔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물가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재원을 초과 세수로 하느냐, 국채 발행으로 하느냐, 어떤 용도로 사용되느냐 등에 따라서도 물가 자극 효과가 다를 수 있어 전문적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