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리더의 조건과 품격

입력 2021-07-28 18:21

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대학을 갓 졸업하고 소대장으로 부임해 첫 야외 훈련을 나갔다. 훈련 중에는 소대별로 배식이 나오면 장교, 병사 구분 없이 나눠 먹는다. 지금 사정은 모르겠지만 1990년대 초반에는 소대 통신병이 소대장 식사를 우선 챙겼다. 하루는 동기였던 옆 소대장을 지켜보니 배식 상황을 살피며 통신병에게 자신의 끼니를 먼저 챙기지 못하게 했다. ‘경계에는 실패해도 배식에 실패하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국이나 반찬이 모자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연히 소대장 식사가 부실해지는 일도 있었다.

먼저 먹고 소대원들 챙기라는 말에 그 동기가 담담하게 답했다. “월급 받는 우리야 나중에 복귀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면 되지. 특히 훈련 중에 애들 배고프면 안 되잖아.” 실제 미 해병대원들은 최하급자가 가장 먼저, 최상급자가 가장 나중에 배식을 받는다고 한다.

소대장이라는 말단 리더조차 크고 작은 특권을 누린다. 다만, 이 특권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진심이 있어야 한다.

리더(leader)가 우리말로 ‘지도자’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을 꺼린다. 지도자는 사전적으로 ‘집단의 통일을 유지하고 성원이 행동하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지도자는 집단에서의 리더십(지도적 기능)으로 평가받고 선택돼야 한다. 다만, 우리 정서를 보면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사람, 대표자, 특정 영역의 권위자와 동일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어설픈 지도자는 평시에 권위로 조직을 이끈다. 지도자는 권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외부의 도전에 맞서도록 조직을 이끈다. 소설 ‘동물농장’을 보면 동물농장 독재자 나폴레옹(돼지)의 영원한 충복 스퀼러는 부족한 식량으로 불만에 가득 찬 동물들 앞에 나서 이같이 연설한다.

“우리 돼지들은 두뇌 노동자입니다. 이 농장의 운영과 조직이 모두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는 여러분의 복지 향상을 위해 애를 쓰고 있어요. 그러니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것은 오직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중에 존스(옛 농장주인)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자는 아무도 없겠지요?”

편협한 지도자는 사과에 인색하다. 권위의 흠결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말처럼 안전권을 일부 선택된 측근들에게만 허용한다.

반면 올바른 리더는 솔선수범한다.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은 배워야 할 리더십으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든다. 한번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한 친구가 리더십이 뭐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실을 책상 위에 갖다 놓고 ‘당겨보라’고 했다. 그러자 실이 당겨져서 팽팽해졌다. 이어 ‘실을 한번 밀어봐’라고 했다. 아무리 해도 실은 밀리지 않았다. 리더십은 자기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고 자기희생을 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솔선수범하는 리더는 정직하다. 거짓말을 해서 거짓된 것이 아니다. 의도적인 무시와 침묵은 가장 나쁜 형태의 거짓말이다. 지적으로도 정직해야 한다. 자신의 왜곡된 인식을 지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고집 역시 정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미 내린 결정이나 저지른 행동과 모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정직한 리더는 실패를 인정한다. 그리고 진취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할 용기를 낸다. 실패를 좌절과 절망의 그림자로 보지 않고 술청 앞에서 막걸리 기울이며 나눌 수 있는 추억으로 만든다.

무오류, 무흠결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숨 쉬며 동고동락할 수 있는 대한민국 리더가 누구인지 살펴볼 날이 220여 일 남았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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