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트코인이 말했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입력 2021-05-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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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요즘 전 세계 경제가 나를 두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더라고. 내재가치 없는 쓰레기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래 화폐라며 칭송도 하길래 직접 나서 내 생각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했어. 내 아버지는 나카모토 사토시로 알려져 있지. 그래, 내 이름은 비트코인이야.

국적은 미국이고, 미 동부 시간으로 2008년 10월 31일 오후 2시 10분에 태어났어. 아버지가 암호학 전문가와 아마추어 등 관련자 수백 명에게 내 출생 증명서를 이메일로 보낸 때지.

아버지는 “나는 신뢰할 만한 제3자 중개인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한 당사자 간 1대 1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통화시스템을 연구해 오고 있다”라는 간결한 문구를 적어 보냈어. 여기에 A4지 9장 분량의 논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도 첨부했고.

이제 내가 태어난 이후 13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느낀 궁금점 세 가지와 그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말해 볼까 싶어.

우선 “내가 정말 ‘돈’이냐?”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야.

돈은 교환, 가치 저장, 가치 척도라는 3가지 기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런데 내가 나를 냉철히 보면, 이 세 가지 기능에 모두 문제가 있어.

우선 1초 동안 나를 거래할 수 있는 건수가 7회 정도야. 거래속도가 너무 느리다 보니 개발자들이 내 이복동생 격인 비트코인캐시라는 걸 만들어냈는데, 그래 봐야 1초당 61회 정도라고 하네. 비자카드는 초당 2만4000건을 거래할 수 있다고 하니 교환기능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어.

그럼 가치 저장과 가치 척도는 될까? 거래 추이를 보면 왜 직장인들이 24시간 잠도 못 자며 내 몸값에 매달려 있는지 알 수 있지.

올해 1월 3만500달러 정도였는데, 4월에는 무려 6만3000달러대까지 수직상승하더라고. 그러다가 다시 한 달 만에 40% 이상 폭락했어. 만약 달러화나 원화 가치가 이렇게 급등락했다면 폭동이 일어났을 거야. 사실 내 몸값이 처음에 0.08센트였다는 걸 알고 있나 모르겠네. 일란성 쌍둥이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전기비용이 그 정도였거든.

두 번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하고 나를 헛갈리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아버지는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는 통화에 의해 임의로 만들어진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라”라고 역설했거든. 화폐제도의 탈중앙화를 꿈꾼 거지. 반면 CBDC는 정부가 통제하는 ‘돈’을 ‘디지털’화한 것뿐이야. 기존 화폐제도 뿌리에서 거래방식만 달리 한 거라고 보는 게 맞는 해석 아닐까?

비트코인 닷 오알지(bitcoin.org) 웹사이트에는 이런 글도 게재돼 있었다고 해. “비트코인은 부패한 정부와 금융기관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 금융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는 정부의 권위를 쇠퇴시킬 준비가 돼 있다.”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스털린 루한의 2016년 선언문 내용이야. 나를 CBDC와 동일하게 본다면 아버지는 화를 내실 거야.

마지막으로 “내 인기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이냐”라는 점도 무척 궁금해.

나를 네덜란드 튤립버블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알아봤어. 네덜란드에 튤립이 전해진 건 1554년이야. 튤립 변종이 관심을 끌면서 인기가 올라갔지. 1620년대에 튤립 재배자들은 모두 돈을 벌었다네. 튤립 불패의 신화가 만들어진 거지. 1636년엔 튤립 구근(알뿌리) 가격이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오름세를 지속했어. 1636년에 절정에 달했지만 1637년 2월 마침내 공황을 일으켜 값이 폭락했고 가치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지. 그래도 20년 정도 튤립 열풍이 지속된 셈이긴 해.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 인기가 언제든 급전직하하더라도 과히 놀랍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 판단은 각자가 해 주길 바라. 다만, 아버지가 나를 창조한 취지는 최소한 ‘돈 놓고 돈 먹기’ 투기판이 아니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줬으면 좋겠어.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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