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지금도 적자인데 철도 더 깔자는 지자체

입력 2021-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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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흔 정치경제부 차장

최근 국토교통부 정문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돌아가면서 날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는 통에 시끄럽다. 기획재정부 예산실도 지자체장들의 방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자기들의 지역에 철도를 깔아달라는 것이다.

국토부가 6월 중에 향후 10년(2021~2030년) 동안 철도투자의 방향과 사업을 제시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발표한다. 쉽게 얘기하면 10년 동안 어디 어디에 철도 노선을 깔겠다는 것이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달 22일 공청회를 통해 총 9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광주∼나주 광역철도, 대구∼경북 광역철도 등이 신설된다.

그러나 구축계획안이 나오자 이 안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의 불만이 거세다. 전북도·전북도의회, 김포시, 충북도·청주시, 광주광역시, 경남 3개 지자체(거제시·통영시·고성군) 등에서 해당 지자체를 지나는 철도망 반영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전국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은 필요하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지자체를 연결하는 철도를 지을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로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세종, 청주를 잇기 위해서는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구축계획에는 대전반석∼세종청사∼조치원∼오송역~청주공항 노선을 신설하는 내용만 포함됐다.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는 사실상 청주 지하철을 말하는데 현재 지하철을 운영하는 곳은 수도권을 포함해 광역시 단위에서만 1~2호선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약 80만 명의 인구에 불과한 청주시에서는 지하철을 운영해서 경제성이 있을 수 없다.

황당한 것은 충청권에서 청주시 도심을 통과하는 지하철을 주장하는 이유다. 청주 도심을 통과하지 않으면 충청권 광역철도가 향후 이용객 부족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구와 광주에서는 두 도시를 잇는 철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달빛내륙철도다. 이들은 달빛내륙철도가 건설되면 동서 화합과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도시를 출퇴근하거나 자주 오가는 인구가 얼마인지는 전혀 강조하고 있지 않다.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의 경우 김포·검단에서는 서울 강남까지 잇는 노선을 원했지만, 연구용역에 따르면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만 잇는 것으로 발표됐다. 경제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반발이 극심하다.

교통연구원이 발표한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계획도(안)를 보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전국이 철도망으로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수도권만 보면 어지러이 얽혀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철도를 지방에서 요구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지자체마다 철도를 깔 수는 없는 법이다. 현재도 적자 노선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올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철도의 당기순손실은 1조7322억 원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분(5388억 원)을 빼도 1조 원이 넘는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특성상 오히려 철도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 지자체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성을 충분히 따져보고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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