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의 마크롱 꿈꾸는 윤석열

입력 2021-03-24 05:00 수정 2021-03-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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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윤석열 바람이 거세다. 검찰총장에서 일약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윤석열 찍어내기’에 올인한 여권의 공이 크다. 그는 내년 대선서 성공할 상당한 잠재력을 지녔다. 실패해도 대선의 최대 변수임에 분명하다.

정치인 윤석열은 여러모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우선 정치 경력이 없다. 마크롱은 로스차일드에서 일한 금융전문가로 프랑수와 올랑드 사회당 정부서 잠시 일한 게 정치 이력의 전부다. 윤석열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평생 검사의 길을 걸었다. 정치권에 기웃거린 적이 없다.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며 자신을 키워준 정권과 결별했다. 마크롱은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거쳐 2014년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에 오른다. 윤석열도 보수정권과의 타협을 거부해 가시밭길을 걸었지만 현 정부서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두 사람은 대선 직전 여권과 갈라섰다. 마크롱은 대선 1년 8개월 전에 사회당을 탈당했고, 윤석열은 대선 1년여를 남겨 두고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임기 막판 집권세력과 불화로 대립각을 세운 것도 판박이다. 마크롱은 장관이 되자 친기업정책을 핵심으로 한 경제개혁법을 추진했다. 이른바 마크롱법이다. 더 강력한 마크롱법2가 사회당 정부서 제동이 걸리자 2015년 8월 장관직을 버리고 탈당한다. 윤석열의 길도 험난했다. 정권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 결국 여권이 밀어붙이는 검찰 개혁에 직격탄을 날리며 총장직을 던졌다. 사회당 정부를 떠나며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은 마크롱처럼 윤석열도 여권과 갈라서자 지지율이 치솟았다.

마크롱은 사회당 정권을 떠나 독자노선을 걸었다. 그는 정치 신인들이 중심이 된 중도 정당을 창당했다. ‘앙마르슈(전진)’를 띄운 게 2016년 4월이다. 탈당한 지 8개월 만이자 대선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이었다. 국회 의석이 단 한 석도 없는 ‘신생 정당’이었다. 그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공화당(중도우파)과 사회당(중도좌파)의 전용 싸움터였던 대선판을 흔들었다. 60여 년간 양당 체제를 형성해온 사회당과 공화당 대선후보는 결선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결국 마크롱이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앙시앵레짐(구체제)의 붕괴요, 정치 혁명이었다.

프랑스 국민은 변화를 원했다. 마크롱의 당선은 저성장과 고실업률 등 경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정쟁으로 날새는 무능 정치에 대한 심판이었다. 법인세 인하(33.3%→25%) 등 세금 부담 경감과 실업자 직업훈련 확대, 고용 유연성 제고를 포함한 노동개혁 등 국민을 위한 합리적 중도공약은 유권자의 마음을 샀다. 그는 단기필마로 1년 만에 기적을 일궜다.

대선을 1년 앞둔 우리 현실은 암울하다. 코로나로 경제가 하강하며 고용대란이 현실화했다. 취업문이 막힌 청년은 꿈을 잃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 기업은 쏟아지는 반기업 규제에 아우성이다. 정치는 절망적이다. 거여는 독주하고, 야당은 무력하다. 정부는 조국 사태와 땅투기 파동으로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 정치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선택의 기로에 선 윤석열이 마크롱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정치 토양이다. 국민이 등 돌린 여당 대신 신생 정당을 택한 마크롱이 윤석열의 대권 도전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무소속 윤석열’에 한 표를 던질 용의가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온 터다. 여당에 갈 리는 만무하고 무력한 야당에 서둘러 입당할 이유도 없다. 좌우 진영 대결에 신물이 난 국민은 정치혁명을 원한다. 마크롱처럼 조직이 없는 윤석열에겐 유리한 환경이다. 그가 새 중도 정당을 만든다면 야권 재편은 불가피하다. 유력한 친문 주자가 없는 여권의 분화까지 촉발할 수 있다.

그는 반짝 지지로 떴다 사라진 고건, 반기문과는 다르다. 그는 보수 진보 정권 모두와 싸우며 맷집을 키웠다. 정권에 의해 예기치 않은 예비 검증을 통과한 것이다. 그의 앞에는 더 치열한 검증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반문재인 정서에 기댄 높은 지지율만으론 대선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정치 경험 부재는 그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그가 내놓을 국민과 국가를 위한 비전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의 성공 여부는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는 공정과 정의, 민주주의와 국민 수호라는 화두를 던졌다. 도덕성을 잃고 망가져 가는 여권과 차별화하겠다는 승부수로 읽힌다. 윤석열 바람이 그의 성공 여부를 떠나 구제불능 정치판을 갈아엎는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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