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지역은 무주택자만… 배정 물량도 5% 이하
모호한 특별공급 요건에… 1주택자 "집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부가 수도권에서 비(非)수도권으로 이전한 국가ㆍ공공기관 종사자를 위해 운영하는 주택 특별공급 제도를 두고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는 청약 기회 확대를, 일반 수요자들은 축소를 요구한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요새 수도권에 있는 집을 팔아야 할지 걱정이 많다. A씨 회사가 대전시로 이전할 거란 뉴스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A씨 회사가 옮겨갈 대전에선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가 둘로 나눠져 있다. 같은 대전이라도 분양받으려는 아파트가 혁신도시 지구 안에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특별공급 청약 자격도, 당첨 확률도 달라진다.
혁신도시 지구 내에 있는 아파트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등에 관한 주택 특별공급 운영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50~70%가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특별공급된다. 무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기존 주택 처분을 서약하면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다. 대전과 인접한 세종시 역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주택 특별공급 세부 운영기준'에 따라 1주택자에게까지 특별공급 문을 열어놓고 있다.
반면 혁신도시 지구 이외 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에 적용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무주택자만 특별공급 대상으로 정한다. 대전시는 동구 대전 역세권지구(92만 ㎡)와 대덕구 연축지구(24만 ㎡)를 혁신도시 지구로 공급할 예정인데, 대전 나머지 지역에선 무주택자만 이전기관 특별공급 물량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도시 지구 밖에선 특별공급 배정 물량도 5% 이하로 제한된다
A씨는 “대전 혁신도시 예정 면적이 시 전체의 2%밖에 안 되는데, 1주택자를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아니냐”며 “대전이랑 상관없는 곳에 집이 있다고 특별공급 대상에서 아예 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재량으로 특별공급 대상 지역을 인근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대전시에선 혁신도시 지구 내에서 1년 동안 신규 분양이 없는 경우에만 다른 지역으로 이전기관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에선 과다한 특별공급 물량에 청약 대기자 들고 일어나
일반 청약자들 사이에선 공무원ㆍ공공기관 특별공급 물량 때문에 내 집 마련 기회가 사라진다고 불평한다. 관련 규정에 따라 이전기관 종사자와 장애인,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등에 특별공급 물량을 마련하고 나면 일반분양 물량이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세종시 산울동에서 분양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1350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남짓에 그칠 뻔했다. 아파트 전체 물량 중 40%를 이전기관 특별공급으로 배정한 게 결정타였다. 분양 일정을 못 잡을 만큼 청약 대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세종시가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을 받아 다른 특별공급 물량을 줄이고 일반공급 물량을 376가구로 늘린 후에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수 있었다. 세종시에선 앞으로도 다른 특별공급 물량을 조절해 일반공급 물량을 확보하되 이전기관 특별공급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불만이 커지자 세종시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도 특별공급 제도를 손보고 있다. 행복도시청은 올해 40%인 이전기관 특별공급 비중을 내년 30%, 내후년 20%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혁신도시를 관할하는 국토부 역시 혁신도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에서 2주택 소유자와 고위직을 제외해 청약 자격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별공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청약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 추가 이전설로 세종 집값이 뛰면서 청약 열풍은 더 거세졌다. 1일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이전기관 특별공급에선 경쟁률 5.2대 1까지 올랐다. 540가구를 분양했는데 2850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일부 주택형에선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에 맞춰 혁신도시나 세종시 이전기관에 주거 기반을 마련해주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비율 조절을 통해 일반 청약자와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