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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님, 우리한테 왜 이래요?

입력 2020-12-02 05:00

정일환 정치경제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지켜보고 있자면 처음에는 내 나쁜 머리가 원망스럽다가 뒤늦게 그 때문이 아님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다. 정규교과과정을 마쳤다면 대부분 알고 있을 육하원칙(5W1H) 중 몇몇이 정리되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다 무언가 빠졌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 대통령이 주로 생략하는 것들은 ‘무엇’과 ‘왜’다.

일단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요한 일일수록 더 그렇다. 이를테면 “적폐 청산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정부의 힘을 모으겠다”는 식이다. 적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부터 시작해 청산은 무슨 의미인지 정부의 힘은 어떤 걸 동원하겠다는 것인지 중요하지 않은 단어가 없는데도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다. 질문할 기회가 생겨 물어봐도 대답은 늘 두루뭉술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왜 이런 얼버무림과 애매모호함을 반복하는지는 3년 반이나 걸려서야 어렴풋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한두 번은 이해력이 부족한 듣는 사람 탓이 통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내 아둔함 탓이 아니라는 걸 슬슬 깨닫게 된다. 감성만 있고 논리가 없는 미사여구들은 사실 듣는 순간엔 그럴듯하다. 탁월하고 현란한 데다 민완하기까지 한 기획자가 참여한 국정 어젠다들은 화려함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사람이 중심인 세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세계가 인정하는 K….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금과옥조다. 하지만 그게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도, 실제로 보여준 적도 없다. 실체가 없으니 이해가 안 되고, 이해 안 되는 스토리가 반복되니 하품이 나고 만다. ‘우주의 기운’을 불러모으던 어떤 대통령보다 확실히 세련되긴 했다. 하지만 결국 반전도 없고 감동도 없는 B급 판타지물로 끝나지는 말았으면 한다.

문 대통령이 중요하긴 한데 뭔지 모르겠는 일을 벌이는 과정에서 잘 들려주지 않는 또 다른 이야기는 ‘왜’ 하는지다. 온 나라가 뒤집혀도 왜 이러는지 말하지 않으니 은퇴한 ‘(소크라)테스형’이 소환당해 대신 질문을 받고 있다.

어쩌면 문 대통령 본인은 다 설명했다고 믿을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추진한다고 말하지 않았냐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거창해서 감당이 안 되는 ‘국가와 국민’은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주어진 당연한 임무일 수는 있어도 특정한 국정과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A라는 정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아닌 것도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국가와 국민에 좋은 일’은 이유가 아니라 결과다. 결과를 이유처럼 설명하면 듣는 순간에는 이해가 되는 듯해도 일이 진행될수록 의문부호가 늘어간다.

예컨대 세상 시끄러운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문 대통령은 수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시대적 소명임에 대다수가 동의했는지는 의문이다. 왜 이 난리가 나도록 모른 척하는지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치자. 앞으로 어찌될 건지라도 알면 짜증이 좀 덜할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말이 없으니 임기 끝나기 전에 죽기 살기로 해야만 하는 이유를 멋대로 짐작해볼 수밖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매우 중요한 일일 테다. 그런데 왜 매우 중요한지 짐작만 있을 뿐 이 일에 지극정성인 문 대통령이 설명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그러니 대체 왜 저러는지 알 길 없는 자국민은 자존심에 상처가 나고 “속국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망설이지 않던 일본에 왜 갑자기 친한 척을 하려는지 들은 분 있으시면 제보를 기다린다. ‘먼저 협상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배신자’라는 영화 대부3의 숨은 대사까지 널리 전파하신 애국지사 중에는 아마 협상에 앞장선 문 대통령의 깊은 뜻을 아는 분이 있으실지도. 바이든이 동맹을 중시한다니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라면 너무 일차원적이니 분명 설명 한마디 없이 태세를 전환해야 하는 높은 뜻이 따로 있지 싶다.

궁금증이 풀린 일도 있다. 내 집 마련 찰떡같이 말해도 내 집 같은 임대주택으로 개떡같이 알아듣는 이유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찌감치 소상히 설명했으니 대통령까지 또 나설 필요는 없겠다. 설마 진심일 줄 의심했던 우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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