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전시 tip] 변시지는 왜 '폭풍의 화가'로 불리나

입력 2020-11-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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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가나아트센터 '시대의 빛과 바람' 전시

▲변시지 '폭풍', 1989, Oil on canvas, 160x130㎝(100호) (사진제공=가나아트)
▲변시지 '폭풍', 1989, Oil on canvas, 160x130㎝(100호) (사진제공=가나아트)
황톳빛으로 가득 찬 캔버스엔 바람을 맞고 있는 한 남자와 한 마리의 말이 서 있다. 때로는 말 혼자 오롯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하고, 어스름한 길을 남자 혼자 걸어가기도 한다. 거센 바람은 캔버스를 넘어 현실로 불어올 것처럼 강하게 사물을 휘감는다.

고(故) 변시지 화백(1926~2013)의 그림의 특징이다. 그는 소년, 지팡이를 짚은 노인, 조랑말, 까마귀와 해, 돛단배, 초가, 소나무, 거친 바람과 파도, 수평선 등을 작품들에 담아냈다. 지팡이를 짚은 사람은 작가 자신이라고 알려졌다. 배경은 제주다.

변 화백은 1926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났다. 1931년 일본 오사카로 가족 이주했고, 1945년 오사카 미술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이듬해 데라우치 만치로 도쿄대 교수의 문하생으로 입문해 후기 인상파의 표현주의 기법을 익혔다.

그는 1947년 일본 문부성이 주최한 일본미술전람회(日展)에서 '여인'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로 입선했다. 이듬해에는 당시 일본 최고의 중앙 화단인 '광풍회전(光風會展)'에서 23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을 받았다. 2007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 2점은 10년간 상설 전시되기도 한다.

변 화백의 작품 세계는 크게 일본 시절(1931~1957), 서울 시절(1957~1975), 제주 시절(1975~2013)로 나뉜다. 1957년 서울대 총장과 미술대 학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서울대 교수직을 맡아 영구 귀국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4년 제주로 터전을 옮긴다. 50세가 되던 해에 귀향한 제주에서의 삶은 38년간 이어진다. 그때 그린 40여 점이 오는 15일까지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시대의 빛과 바람'이란 이름으로 진행된다.

황토색은 변 화백의 고유 색이다. 변 화백은 제주의 아열대 태양 빛이 작열할 때 황톳빛으로 물든 자연광을 발견하는데, 이 작품의 바탕색이 됐다. 황톳빛 바탕 위에 검은 선묘로 대상을 표현한다. 수평선은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 고통과 위안, 하늘·땅·바다가 잇닿은 것을 의미한다. 변 화백에게 꿈과 이상향을 향한 구도(求道)의 상징이며 작품의 조형적인 특징을 잡아가는 중심 추 역할을 한다.

▲변시지 '폭풍의 바다', 1989, Oil on canvas, 91x117㎝(50호). (사진제공=가나아트)
▲변시지 '폭풍의 바다', 1989, Oil on canvas, 91x117㎝(50호). (사진제공=가나아트)

전시장에서 만난 송정희 공간누포 대표는 "(변 화백은) 황톳빛을 생명의 색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작가에게 바람은 단순한 자연, 물리적 바람이 아니라 마음의 바람"이라며 "바람이 많은 제주도는 환경 자체가 척박하지만 외부로부터 많은 위협과 압력이 가해지는 곳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 화백은 그곳에서 생존하고자 몸부림친 사람들의 상황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바람을 소재로 사용한다. 1990년대 이후의 그림에서 두드러지는 점이다. 그의 그림 속 소나 말, 사람 등이 둘 이상일 경우 이들은 캔버스 안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양미의 관찰은 천지의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천지현황(天地玄璜), 검은 현(玄)은 하늘의 색이요, 누를 황(璜)은 땅의 색이다. 하늘은 모든 것의 시작이요, 땅은 하늘로부터 받아들여 모든 형태를 만들어낸다. 사람도 그 소산이다." (변시지 작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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