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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원격의료', 이제 걸음마

입력 2020-10-18 15:00 수정 2020-10-19 10:49

코로나19 계기로 화상상담ㆍ처방 원격의료 일시적 허용…상시화 위해선 의료전달체계확립ㆍ단계적 허용 필요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사회 각 영역의 새로운 변화를 앞당겼다.

정부가 현행법상 불법인 ‘원격의료’를 코로나19 확산세에 일시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상담하고 처방할 수 있는 원격의료를 일시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높다. 국내 원격의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에서 찬반논리가 팽팽하지만 해외에서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가 여럿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원격의료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주마다 의료 수준이 달라 1993년 일찌감치 원격의료를 합법화했다. 프랑스는 2014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2018년 본격적인 시작에 나섰고, 인도네시아도 2012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은 2015년 초 서부 5개 성을 원격의료 시범지로 정한 뒤 2016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2015년 사전에 대면 진료를 한 환자에 한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즉, 초진의 경우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원격의료를 도입해 시행 중인 국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의 범위나 수준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대면 진료와 동등한 보험 수가를 제공했고, 80가지 이상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 또한 확대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 종식 전까지 초진은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는 제한을 풀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는데 지난달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초진을 포함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상시적인 도입 논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의료계에서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 가장 큰 우려로 제시했던 것이 ‘상급 의료기관 쏠림’ 현상이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그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원격의료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7730개, 시행 건수는 68만8794건이었다. 진찰료는 99억6258만 원이 청구됐다. 이 가운데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 비중이 전체 상담의 53%, 진료비 청구액의 52%를 차지해 상급 종합병원으로 쏠릴 우려를 불식시켰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가 이제 걸음마를 뗀 만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들의 요구와 주장은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패키지 딜’을 해야 한다”라며 “우선 1차 의료 역할을 하는 의원과 요양병원에 원격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어차피 3차 의료기관은 입원 중심이기 때문에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낮다. 1차 의료기관에 원격의료를 도입해 3차 의료기관과의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지역사회 중심의 미래형 보건의료체계 모델을 구축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 원격의료를 시행할 때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원격의료 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영상으로 진료기록 등 의료정보를 저장 전송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노출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 환자들이 이를 선호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분명한 목적을 두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산업협회 전문위원회 강성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엄밀히 말하면 개인정보를 침해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보다 그런 방식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게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나오니까 그 부분만큼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라며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수집한다고 해도 목적이 분명하고 그렇게 했을 때 득실의 논리가 바뀐다면 기꺼이 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은 큰 경험”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격의료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은 고령층, 취약지역 등인데 이들이 IT기술 이용이 제한적인 만큼 지역, 소득수준, 교육수준, 연령대 등에 따른 의료 불평등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풀어야 할 숙제다.

비대면 의료의 또다른 한축으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스마트폰 앱, 게임, VR(가상현실), 챗봇 같은 스포트웨어 의료기기로 과학적 임상적 근거를 바방으로 질병의 예방관리 치료가 목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아 중독치료, 불면증, 코로나블루 등 관련 치료기기가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접목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필요성과 시장수요가 확인되고 있고 관련 업계는 국내의 높은 IT인프라 개발 및 구축 역량을 내세워 적극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출간한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은 “의료는 어디까지나 의료가 중심이어야 하며, 특정 기술이나 제품이 중심이어선 안 된다"라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현장에 접목돼 의사와 환자 모두에 이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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